상인단체 "소유-경영권 달라 강제집행 불가능… 좌시하지 않겠다"신구로 쪼개져 2년째 갈등… 수협, 21일 마지막 설명회 개최
  •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놓고 벌어진 수협과 일부 상인 간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옛 시장 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철거 강제집행 시기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를 고려하고 있다.

    옛 시장에 남은 상인은 철거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물리적 충돌이나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9일 김 회장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노량진수산시장 옛 시장 철거를) 집행하려고 시기를 보고 있다"며 "더는 이대로 놔둘 수 없다. 오는 6·13 지방선거 전에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집행 시기에 대해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가 될 것"이라며 "더는 이 사정 저 사정 봐줄 수 없다"고 했다. 이미 강제집행 의사가 확고하게 섰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옛 노량진수산시장 철거는 예견됐던 부분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옛 시장에 남아 있는 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총연합회 등 2개 상인 단체를 만나 협상을 벌였다. 논란이 증폭되는 동안에도 김 회장이 직접 현장에 나선 적이 없었기에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옛 시장 철거를 위한 최후통첩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김 회장은 "두 차례 대화에서 판매면적, 임대료와 관련해 300억원 상당의 제안을 하는 등 (수협으로선) 양보를 많이 했다"며 "나도 가난하게 태어나 보호해야 할 약자에 대해 애정이 있지만, 더는 온정주의로 갈 수 없다. (잔류 상인은) 적잖은 수입을 올리고 여러 가지를 누리는 사람들로 보호할 약자로 보기 어렵다. 상인이 아니라 어민들이야말로 약자"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가시적인 사업성과를 내려고 강제집행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정리할 건 하고 가야 다음 사람(차기 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내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수협은 강제집행에 앞서 오는 21일 마지막으로 상인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김 회장이 대책위 등에 제시한 신시장 이전 지원방안을 상인들에게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수협은 상인들이 주장하는 판매장 협소 문제는 신축 건물 2층의 옥외주차장을 판매장으로 용도 변경해 3305.8㎡(1000평)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2층에는 74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수협은 비싼 임대료도 일정 기간 면제해주겠다는 태도다. 수협 관계자는 "잔류 상인들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영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협의를 통해 3~6개월 임대료를 받지 않을 생각"이라며 "혜택은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 입주 상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신축건물 서쪽의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1대뿐인 에스컬레이터를 1개소 추가 설치하는 것도 제안사항에 포함됐다.

    그러나 수협과 옛 시장 잔류상인 모두 설명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거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협 관계자는 "그동안 (김 회장 제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상인들이 이번에 따로 시간을 내 설명회장에 올 거라 생각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두 상인단체 관계자들은 "김 회장 제안을 (상인들에게) 전달했지만, (요구조건에) 맞지 않으니 반응이 없었던 거다. 수협 제안에 신빙성이 없고 가슴에 와닿지 않는 데 또 가겠느냐"며 "설명회에 가더라도 몇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상인 단체는 수협의 2층 판매장 확대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비상대책총연합회 관계자는 "한 건물에서도 도로를 앞에 두고 있는지, 옆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상권이 달라진다"며 "하물며 1층과 2층은 말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애초 2008년 얘기했던 대로 '수평이동'할 수 있게 1층을 (증축해) 더 넓혀야 한다"며 "원래 2층은 상인이 들어갈 공간이 아니다. 고객은 그대로인데 (수협에서) 가게 수만 늘려놨다"고 덧붙였다.

    수협과 상인 간 견해차가 여전해, 설명회가 흐지부지 끝나고 강제집행이 현실화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문제는 강제집행에 관한 양측의 견해가 상반돼 물리적 충돌이나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수협은 잔류 상인이 수협 소유의 옛 시장 점포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명도(비워 넘겨줌) 소송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1·2심에서 수협 측 손을 들어줬다. 수협 관계자는 "현재 3심 판결이 25%쯤 끝난 상태로, 수협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권력이 비겁해선 안 된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안 지키는 사람만 이익을 보면 되겠나. 그게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모습이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나 서울시에서도 더는 (상인들이) 억지 부리는 것을 도와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상인 단체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제집행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상대책총연합회 관계자는 "노량진수산시장은 공영중앙도매시장으로 건물·땅 주인은 수협이 맞지만, 시장 개설권과 관리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 신축 건물도 국비가 70% 투입됐다"며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유권과 경영권이 다른 만큼 강제집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8·9월께 청와대에서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와 관련해) 회의했고 면담자리에서 신정훈 농어업비서관으로부터 '강제집행은 절대 못 하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문 정부에서) 폭력 행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관계자는 강제집행 때 "가만히 앉아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