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금리 인상 신호 없어"경기 흐름 견실한 상태로 3% 성장률 전망치 유지"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장기전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한미 금리 역전 상태에 대해 다시 한번 일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외 금리 차도 외국 자본유출의 고려 요인이지만 각국 경제의 기초요건인 펀드멘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일부 신흥국을 보면 정책금리가 오히려 높은 편으로, 금리 차이만으로 자금이 유출되지 않는다"며 "향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대외건전성을 유지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당시 미국과 정책금리 역전 폭이 1.0%포인트까지 크게 확대됐지만 자본유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0.25%포인트 벌어진 상태다. 지난 3월 미국이 정책금리를 연 1.50~1.75%로 인상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확실시 하면서 금리 역전 폭은 0.50%포인트까지 확대될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미국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정책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주열 총재는 "2006년 당시 우리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었고 경제 펀드멘탈이 양호했기 때문에 큰 유출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을 얼마나 용인할지 딱 말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날 그는 경기 흐름을 진단할 메시지나 금리 인상 시점을 예상해볼 신호를 주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변동이 있기 전에 금통위 소수의견을 통해 금리 방향에 대한 신호를 내보낸다.

이날 7인 금통위원의 결정은 만장일치 동결이었다. 시장이 예상한 소수의견은 없었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기 흐름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왔고, 현재 시점에서 4월 성장률 전망치 3%를 수정할 시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인 만큼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릴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인식에 근거해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일축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지만 물가 급등 상황까지 볼 수 없고, 성장세도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예상보다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가 아직은 우리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는 높이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고, 실물경제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대출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의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급증하는 상태다.

이주열 총재는 "기타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낮은 수준 유지하고 있고,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며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로서 증가세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다"며 "앞으로 비은행 쪽 대출이나 위험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