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전부터 GE 채권 건전성에 의문 제기"변호인 "매출 자료 부족 감사를 실시 못했다"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측이 "감사보고서의 한정 의견은 부실채권과 상관없다"며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주식 가치 평가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공판과 마찬가지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GE의 주식 가치 평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조 회장은 GE의 상장 무산으로 외국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떠안게 되자, GE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측은 GE 감사보고서에 삼일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낸 이유는 부실채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전부터 GE 채권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2013년 3차 회계감사에서도 회계사들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전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GE 회계 담당 직원은 "채권 관리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여신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관리가 안되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감사 시 GE의 미국 판매를 중개한 럭스맥스에 대한 자료를 모두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 측은 GE의 감사보고서와 부실채권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삼일회계법인은 매출 자료 부족으로 충분한 감사를 실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정'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채권 회수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증인으로 나온 GE 전 사장은 채권 성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2012년 중반 매출 채권 회수율이 떨어지고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 것은 오래 전 일을 제대로 기억 못한 것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시인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2009년 마이클잭슨이 사망한 이후 대규모 공연이 취소되면서 채권 관리를 하지 못했다"며 포장을 풀지 않은 언패킹 제품에 대해서도 "당시 알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볼륨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E는 미국에서 임대업체 럭스맥스 제품을 파는 과정에서 포장도 풀지 않은 언패킹 제품을 매출로 잡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졌고 인수했다고 하면 물품을 언패킹 상태로 둘 이유가 없다"며 "어느 정도는 채권 회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창고에 방치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미국 측에서 공연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 아닌가"라고 맞섰다.

    반면, 변호인 측은 정상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럭스맥스가 신속한 납품을 요구해 비싼 항공편으로 제품을 보냈는데 주문 없이 보낼 수 있겠냐"며 "일시적 선매출이었지만 최종 수요자에게 럭스맥스가 판매한 이상 모두 정상매출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피고인 없이 검찰과 변호인 양 측만 참석한 채 다음 달 13일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날 고발인 조현문이 제출한 증거 채택 관련 양 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조현문 증인의 증거는 재판부 판단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철회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변호인 측은 "이 건 자체가 너무 악의적인 고발이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