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 최종 승소… 최종 이전 기회 마지막 제공
  •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서울 옛 노량진수산시장의 강제철거가 임박했다. 대법원이 명도(비워 넘겨줌) 소송에서 수협 측 손을 들어줘 시장 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임기 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던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으로선 큰 산을 넘게 됐다. 하지만 2년여에 걸쳐 불거진 각종 갈등으로 정치적 협상력과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수협에 따르면 옛 노량진수산시장 잔류 상인에게 25일까지 자진 퇴거를 최후통첩한 상태다. 수협은 새 시장건물로 입주를 원하는 상인에게는 이전 기회를 주고 조속히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수협은 옛 시장에 남아 부지를 불법 점유한 358명의 상인을 상대로 2016년부터 명도소송을 벌여왔고, 대법원은 지난 17일 최종적으로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새 시장으로 옮긴 점포 수는 412개소, 이전을 거부하며 옛 시장에 남은 점포 수는 269개소다.

    수협은 자진 퇴거 기한을 넘기면 법원에 강제집행(철거)을 신청해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다. 수협은 지난달 12일 이후 2차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일부 상인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집행관과 노무 용역 등을 투입해 철거를 시도했으나 상인들의 저항에 막혀 물러났다.

    수협은 이번에는 상인 전원을 상대로 승소 판결이 난 만큼 법원에 법 집행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충돌을 막고자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경호·경비업체 고용도 적극 검토하는 등 강경한 태도다. 강제집행 비용도 옛 시장에 남은 상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수협 관계자는 "현재 옛 시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의 공금횡령 혐의로 고소·고발이 이뤄져 상인단체가 나누어진 상태다. 책임을 지고 협상에 임할 대표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과 관계없는 민주노점상연합회 등 외부단체의 개입으로 협상을 통한 해결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옛 노량진수산시장은 세워진 지 48년 된 건물로 지난해 여의도 불꽃축제 때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올해도 정전사고가 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그동안 임기 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해왔던 김 회장으로선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법과 원칙에 따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Sh수협은행 여의도지점에서 뉴데일리경제와 만나 "새 시장에 입주한 상인이 피해를 보고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연내 철거하고 (남은) 임기 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량진시장 갈등은 수협과 상인 간 갈등이 아니다. 상인은 경제적 약자도 아니다. 어민이 더 약자다"며 "1년에 100억 원씩 손해가 발생하는데 (일부 상인 이익을 위해) 어민이 손해 보면서 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이겼지만 졌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2년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인적·물적 피해와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잖다는 의견이다. 수협은 외부세력이 개입해 조직적인 방해에 나서면서 사태 해결이 순탄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김 회장이 구원투수로 조기 등판해 진화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에야 옛 시장에 남은 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총연합회 등 2개 상인 단체를 만났다. 김 회장은 추가 지원대책 등을 제시했으나 상인들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는 상인들의 수협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이 등판 적기를 놓쳐 불신만 키운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치적 협상력과 리더십에 흠집이 난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