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인수 미국 TV업체… 기업회생절차 후 현지 R&D 역할 톡톡인공지능사업 본격화 맞춰 인재확보 등 캐나다 토론토 '연구거점' 활용
  • ▲ 캐나다 토론토 AI연구소 개소식 모습 ⓒLG전자
    ▲ 캐나다 토론토 AI연구소 개소식 모습 ⓒLG전자
    LG전자의 인수·합병(M&A) 역사에서 실패작으로 남을 뻔 했던 '제니스(Zenith)가 LG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니스 R&D법인은 캐나다 토론토와 함께 AI 연구 거점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AI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 확보 임무를 맡는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래 역점사업으로 AI를 육성하는 가운데 과거 인수했던 제니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니스는 23년 전인 1995년 LG전자가 인수한 미국 가전업체로 특히 디지털 TV 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던 회사였다. 현재는 LG전자의 AI 연구센터 중 하나인 캐나다 토론토 AI센터 설립을 위해 제니스를 활용하고 있다.

    23년 동안 제니스의 명맥은 이어져오고 있지만 전자업계를 비롯해 경영학계에서도 LG전자의 제니스 인수는 대표적인 외국기업 M&A 실패 사례로 꼽힐만큼 이른바 '흑역사'에 해당한다. LG전자는 이런 제니스를 그간 여러차례 구조조정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법인(Zenith Electronics Corporation)과 펜실베니아에 있는 법인(Zenith Electronics Corporation of Pennsylvania)만 남겨두고 있다. 

    특히 제니스 본사법인은 순수 미국자본으로 설립된 정통 미국회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동안 LG전자의 북미시장 거점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도 1조 원을 넘는 수준으로 LG전자 미국법인과 유럽법인에 이어 해외법인으로선 규모도 상당하다.

    문제는 실적이다. LG전자가 제니스를 인수한 첫 해부터 적자를 기록하더니 4년 뒤인 1999년에는 미국법원에 기업회생계획을 내야했을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졌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LG전자의 자금 투입으로 회생 절차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생산설비와 법인들을 매각하고 실리콘밸리와 펜실베니아 법인만 남은 것도 이 과정 때문이었다. 두 법인은 R&D 역할만 맡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제니스는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디지털TV 원천기술 덕에 R&D 분야에서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글로벌 TV 제조사들에 이 같은 원천기술을 팔아 실적을 내 왔던 것. 하지만 그마저도 크지 않은 규모고 기업회생절차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 상황이라 여전히 실패한 M&A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확실한 분위기 반전이 감지된다. LG전자가 AI사업을 본격화한 올해 특히 제니스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초 R&D센터에 이어 글로벌 R&D 각축장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 첫 글로벌 AI센터를 연 LG전자가 이번엔 캐나다 토론토에 AI 거점을 세우면서 인근에 위치한 제니스 R&D법인을 끌어들인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센터 인력도 제니스를 중심으로 충원되고 있다. 전세계 권위있는 연구자들이 손에 꼽히는 수준일만큼 인재 구하기가 어려운 AI분야에서 LG전자는 이미 R&D전문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제니스를 핵심 기지 삼아 인재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AI브랜드 '씽큐(ThinQ)'를 최신 가전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하며 AI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초 열린 'CES 2018'과 지난 8월 열린 'IFA 2018'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도 씽큐를 앞세운 AI 전략을 강조하며 내년 본격적인 AI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와 토론토 등 두 글로벌 AI 연구거점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