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 해양플랜트 발주 기대감↑…현대중공업 4년 만에 수주 성공해운업은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불황 장기화 조짐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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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조선·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업은 해양플랜트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반면, 해운업은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본격화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산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1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6% 오른 71.78달러에, 브렌트유도 배럴당 0.44% 상승한 80.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고유가에 미소짓는 곳은 조선업계다. 오랫동안 끊겼던 해양플랜트 일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저에 매장된 원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해양플랜트 설비는 워낙 고가라 고유가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4년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미국 휴스턴 석유개발업체 엘로그가 발주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1기를 513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현재 남아 있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건보다 더 규모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싱가포르 업체와 20억달러짜리 로즈뱅크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인도 릴라이언스, 베트남 블록B 등이 남은 일감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올라가면서 앞으로 이런 대형 해양플랜트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오를수록 해양플랜트 발주 기대심리가 생기는 건 정설"이라며 "유가 고공행진은 호재"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는 선박과 함께 조선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2011년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서 호황을 맞았지만, 이후 국제유가 급락과 발주 취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조선업계에 대규모 부실을 안기기도 했다.

    조선업계가 고유가에 기대를 거는 반면 해운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간 경쟁으로 운임이 하락한 상황에서 연료유까지 상승하면서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인 만큼, 연료유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선박의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3분기 현대상선의 흑자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2분기 매출 1조2388억원, 영업손실 1998억원을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0.3%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700억원가량 늘었다.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정부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현대상선 정상화 지원방안'을 마련, 현대상선에 연말까지 8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가면서 해운업은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 심화로 운임 상승 속도도 더딘데다 유가도 상승해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