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속 초대형 현장 마무리 등 매출 감소는 우려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이성진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이성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도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면서 순항하고 있다. 다만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중앙아시아 지역의 대형 현장들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택시장 침체와 그룹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향후 성장에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ENG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533억원, 영업이익 13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은 13.9%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0.09% 감소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1.12%p 하락했지만 여전히 8%에 육박하는 우수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ENG보다 시공능력평가순위가 높은 대형건설 5개사의 평균인 6.83%보다 1.15%p 높은 수치다. 대형 5개사 가운데 현대ENG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곳은 대림산업(8.34%) 뿐이다.

    2016년부터 매년 7%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고수익 행진을 이어가면서 탄탄한 재무구조도 유지하고 있다.

    현대ENG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보다 8.58%p 상승한 188%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9.10%p 하락한 87.2%를 기록했다. 대형 5개사 평균 유동비율인 124%를 크게 상회했으며 부채비율은 가장 낮았다. 차입금 의존도는 6.09%에 불과하다.

    경쟁사들의 해외수주가 중동 지역에 집중됐던 반면 현대ENG는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양호한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개척한 데다 2014년 현대엠코를 합병하면서 주택 등 사업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일부 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손실을 채산성이 양호한 주택과 CIS 지역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흡수하면서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했다"며 "손실 프로젝트 부담이 크지 않은 가운데 시공자 금융주선 방식(EPCF)으로 양호한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있어 올해도 과거 평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조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에탄 크래커 및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생산 플랜트',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처리시설(UKAN) 프로젝트' 등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향후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공·전력 부문의 해외 매출 비중이 42.2%에 달하는 가운데 두 프로젝트에서만 매년 1조원가량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규 해외수주도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ENG의 현재까지 수주액은 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억달러보다 5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ENG의 해외수주가 10억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3억달러 이후 9년 만이다.

    현대ENG가 강점을 보였던 CIS 지역의 향후 발주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건협 측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CIS 지역도 중동과 같이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프로젝트 추진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당분간 대규모 발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매출 20% 이상을 담당했던 그룹 일감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ENG의 특수관계자를 통한 매출은 2015년 2조506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조5675억원으로, 2년새 1조원가량 줄었다.

    그간 현대ENG의 성장을 이끌었던 주요 부문들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당시 매출 7조403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 6조9406억원, 지난해 6조2682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해외사업의 어려운 수주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형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주택 부문도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중단기적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의 경우 발주처 우위의 시장 환경이 유지되고 있어 추가손실 발생여부, 신규수주 회복 및 신규수주 물량의 채산성 확보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ENG 측은 "올해 준공된 대형 현장 두 곳이 해외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맞지만 해당 현장을 비롯해 타 지역에서도 추가 수주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