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신증설 통해 경쟁력 및 수익 강화 도모 동남아·인도 등 신흥시장 통해 중장기적 기회 창출SK이노베이션-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신수종 사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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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다가올 한파에 움츠리기 보다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끈다. 

    기존 사업 강화는 물론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슈퍼싸이클'로 두둑해진 곳간 덕에 모처럼 투자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작게는 수천억원에서 크게는 수조원대의 대규모 증설 및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집행할 투자 규모는 14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몇년간 석유화학 시설 투자 평균 금액이 4~5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확대됐다. 정유사들이 화학 시장 전면에 나서면서 전체 파이를 키웠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에쓰오일(5조원)·현대오일뱅크(2조7000억원)·GS칼텍스(2조7000억원) 등 정유사 3곳의 투자 규모만 10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화학 사업 투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 국내 화학산업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및 자급률 상승으로 내리막길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슈퍼 호황에 올라타며 국내 화학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인도 등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까지 성장하며 확실한 성장 동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정유사들이 업종간 경계까지 허물고 석유화학 사업을 신규 먹거리로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화학사들은 향후 가격 하락에도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신증설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실제 LG화학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80만t 규모의 납사분해설비(NCC)와 폴리올레핀(PO) 설비를 증설한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에틸렌 기준 NCC 생산능력은 330만t으로 확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까지 여수 NCC(에틸렌 20만t) 및 미국 ECC(100만t) 신증설을 완료하고 향후 5년간 20조원을 화학사업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역시 자사의 주력사업인 PVC 13만t 확장을, 한화토탈은 에틸렌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해 대산공장에 총 53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정유사 중에서는 에쓰-오일이 지난달부터 중질유를 원료로 PO(프로필렌옥사이드) 30만t, PP(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상업 생산하기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0만t 규모의 NCC 추가 투자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장미빛 전망에도 단기적인 우려는 존재한다. 전반적인 석유화학 경기가 내년부터 하락 반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는 것. 이는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여전히 불안정한 유가에 무역분쟁으로 수요 불확실성도 커진 탓이다.

    여기에 공급과잉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글로벌 세계 에틸렌 신증설 규모가 지난 2017년 540만t, 2018년 577만t으로 추정되는데, 내년에는 1100만t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에도 740만t 규모의 신증설 물량이 예정돼 있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원가 절감 및 고부가 제품을 통해 충분히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분기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조정과정을 겪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과잉 우려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신증설 물량에 대한 전망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변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유망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고  설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유럽 폴란드를 비롯해 한국 오창, 미국 홀랜드, 중국 난징 등 4곳의 생산거점을 통해 2020년까지 최대 11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국내 서산 공장에 3.9GW(기가와트시)를 증설한 데 이어, 내년부터 2년에 걸쳐 헝가리와 중국에 7.5GW씩 신규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9.8GW의 미국 신규 배터리 공장 투자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딥체인지 2.0에 기반,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 확보 및 수주 증대를 적극 추진해왔다"며 "글로벌 자동차 최대 격전지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둬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사업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