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롯데캐슬-아이파크 등 1만가구 입주 예정전세시장 약세에 대출 규제까지… 잔금 못 치르지 집주인 속출 우려
  • ▲ 서울 강동구 일대.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일대. ⓒ연합뉴스

    연초 서울 강남권을 크게 흔들고 있는 '헬리오시티'발 전셋값 하락세가 '전주(前奏)'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인접한 강동구에서 고덕주공 아파트 재건축 단지들이 하나둘 완공되면서 또 다시 대규모 입주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역전세난으로 전세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출규제마저 강화돼 아파트 입주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1월 둘째 주 강동구 전셋값은 전주에 비해 0.35%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4주 연속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자치구 역시 강동구다.

    2017년 입주한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58가구)' 84㎡P의 전세 거래는 지난달 5억2000만~6억5000만원 수준에서 이뤄졌으나, 이달 4억8000만~5억2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암사동 '강동 롯데캐슬 퍼스트(2008년, 3226가구)' 전용 84㎡C는 이달 들어 4억5000만~5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고 6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아파트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고덕주공2단지)'에서는 벌써부터 전세매물이 나오고 있다. 세입자를 제 때 구하지 못할까봐 조바심 내는 주민들이 많아서다. 전세 호가도 자연스럽게 내려가고 있다.

    이미 전세매물이 수십 건에 달한다. 분양 당시 가장 물량이 많았던 전용 59㎡와 84㎡ 중 투자수요가 많았던 59㎡가 특히 전세로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59㎡ 전세 시세는 4억5000만~5억8000만원 수준으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4억원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9㎡의 매매가는 9억2000만~9억5000만원 정도로, 2016년 10월 분양 당시 가격이 5억9000만~6억5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억원가량 올랐다. 그나마 전세 계약은 이어지고 있으나, 매매는 지난해 말 이후 거래가 안 되고 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헬리오시티처럼 실제 입주시점에서 전셋값이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학습효과가 있다 보니 가격이 더 하락할 때까지 지켜보자는 예비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입주물량이 그라시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서울의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5만2341가구에 달할 예정이다. 2008년 5만6186건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강동구 입주물량만 1만896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강동구에서는 그라시움 뿐만 아니라 △6월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삼익그린맨션1차)' △12월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 고덕주공 7단지)'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 고덕주공 5단지)' 등 대단지가 연달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내년 5088가구까지 2년 연속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2월에는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 고덕주공 3단지)'이 예정됐으며 4월 'e편한세상 강동 에코포레(366가구), 9월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656가구)'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2021년 2월에는 고덕주공 6단지 재건축 단지인 '고덕 자이(1824가구)'도 완공될 예정이다.

    B공인 관계자는 "강동구도 올해와 내년 대규모 입주단지가 많아 전세물량을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하철 연장 등 호재가 있어 당장은 매매가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전셋값이 하락하면 매매가도 일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물량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하고 입주 2년차 재계약 물량까지 나오면서 강동구 일대가 역전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 나오는 전세 물건은 몇천만원 떨어진 정도지만, 앞으로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면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전셋값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까지 막히면서 전세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1주택 이상자는 규제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본인 거주주택의 전세가 들어오거나 팔리지 않으면 잔금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1주택 이상자는 규제 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세입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잔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며 "전세 거래는 살던 집과도 연계된 문제인 만큼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전세금 반환 과정에서 연쇄적인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