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간의 경영권 다툼 등 다양한 추측 제기돼유언장 없어 상속배분·경영권 합의 도출에 난항가족간 결속 붕괴 시 계열분리 등 최악의 상황 우려
  • ▲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한진그룹
    ▲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한진그룹

    한진그룹 총수 지정 변경이 늦어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3남매간의 다툼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면서 한진家는 말그대로 폭풍전야 상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家 혼란의 근본적 원인은 故 조양호 회장의 유언장이 없기 때문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평소 건강에 자신감을 보였던 조 회장이 유언장을 미리 써놓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

    유언장 없이 가족들과 협력해서 잘 이끌어가라는 유훈만 남겨진 상황에서 가족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갑작스러운 가장 및 회장의 공백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상속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경영권 승계도 마찬가지다.

    상속의 경우 유언장이 없으면 법정 상속 비율은 1.5(배우자):1(장남):1(장녀):1(차녀)이다. 즉, 배우자였던 이명희 여사는 33.3%,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각각 22.2%를 받게 된다.

    조양호 전 회장은 한진칼 보통주 17.84%(1055만3258주) 및 우선주 2.40%(1만2901주), 대한항공 보통주 0.01%(1만4130주) 및 우선주 2.40%(2만6698주), (주)한진 6.87%(82만2729주), 정석기업 20.64%, 토파스여행정보 0.65%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3남매는 거의 비슷하게 한진칼과 (주)한진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가 각각 한진칼 지분을 소량 갖고 있다. (주)한진의 경우 3남매 모두 0.03%씩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지분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법정 상속 비율로 나누고 기존 보유 지분과 합치면 이명희 5.88%, 조원태 6.26%, 조현아 6.23%, 조현민 6.22%가 된다.

    가족들이 지분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지 않으면 절대 우위가 없는 것이다. 사모펀드인 이른바 강성부펀드(KCGI)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위기감이 고조된다.

    지난달 KCGI는 한진칼 지분 2.18%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이 14.98%로 올랐다. 고 조양호 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주주다.

    조원태 회장이 조 전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아도 20.18%에 불과하다. 여기에 조현아와 조현민 지분을 넘겨 받아야 24.79%가 된다.

    그렇지 않고 상속 분배에 불만을 품고 3남매가 다투거나 분쟁을 일으키면 경영권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통해 호텔사업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 부문을, 조현민 전 전무가 LCC 부문을 떼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진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것으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가족간의 소통과 화합이 어느때 보다도 중요하고 절실해 보인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조원태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고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럼에도 지난 8일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총수 지정 관련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자료 발표를 15일까지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