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직접 배달 체험2km 반경 커리밥·닭갈비 등 4번 배달대학생·프리랜서·투잡족 신청 쇄도… 지원자 10배↑
  • ▲ 배달의민족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배민커넥트' 체험을 위해 지난 17일 배민라이더스 강남 센터를 찾았다.ⓒ 박성원 기자
    ▲ 배달의민족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배민커넥트' 체험을 위해 지난 17일 배민라이더스 강남 센터를 찾았다.ⓒ 박성원 기자

    국내 음식 배달시장 연간 20조. 최근엔 모바일 기반의 배달앱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커지는 시장은 반갑지만, 이에 따른 고민도 생겼다. 저녁·주말과 같은 피크시간대 발생하는 배달 지연. 주문이 많은 대도시에선 배달 기사가 항상 부족하다.

    배달의민족은 이에 착안해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배민커넥트’를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소싱은 기업 활동에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민커넥트에선 누구나 파트타임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지원 조건에 제한이 없어 대학생, 프리랜서, 투잡족 등 구성원도 다양하다. SNS 등에서의 화제 덕에 등록 기사 수는 이달 들어 전달과 비교해 10배로 급증했다.

    건당 수수료는 5000~6000원 수준이다. 주문이 몰리는 퇴근 시간 이후인 저녁 6~9시에 근무하는 기사들이 가장 많다. 인당 일평균 근무는 2~3시간 정도다. 커넥트 기사들은 시간당 평균 1만3000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동 수단으론 본인 소유의 스쿠터, 전기·일반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업무 중 사고에 대비해 전 기사를 대상으로 산재보험도 들어준다.

    지난 17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강남구 서초·역삼동 인근에서 직접 배달을 진행했다. 두 시간 동안 총수입은 3만7250원이었다. 순수 배달료는 6000원씩 네 번, 2만4000원이다. 교육 참석비와 가입 독려 프로모션으로 1만5000원을 추가 지급받았다. 여기에서 소득세·주민세 1280원, 산재보험료 470원이 자동 차감됐다.

  • 커넥트 기사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1시간가량의 오프라인 교육을 거치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교육에선 고객 응대, 주행 중 안전수칙 등 업무를 위한 기초 지식을 꼼꼼히 알려준다. 쉽게 불어버리는 면 요리, 부피가 큰 피자 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배달 ‘꿀팁’ 공유도 이어진다.

    교육을 위해 찾은 배민라이더스 강남센터에선 다양한 지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30여 명의 지원자와 함께 교육을 받았으며, 하루 평균 40~50명의 신입 라이더가 이곳을 찾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A씨(25세)는 “강의가 없거나 다른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 용돈을 벌기 위해 지원했다”면서 “원하는 시간에만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30대 B씨는 “현재 타 배달앱에도 기사로 등록돼 있는데, 지역 이동 등 업무 효율을 위해 이곳에도 지원하게 됐다”면서 “산재보험 가입 등 라이더 배려 정책이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 ▲ 배달기사용 앱에 접속해 '근무신청'을 누르면 바로 인근 주문 콜을 받을 수 있다. ⓒ 박성원 기자
    ▲ 배달기사용 앱에 접속해 '근무신청'을 누르면 바로 인근 주문 콜을 받을 수 있다. ⓒ 박성원 기자

    업무를 위해 기사용 앱에 로그인했다. 화면에서 ‘업무 시작’ 버튼을 누르면 인근 지역 콜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납부하고 받은 민트색 조끼, 보냉백과 헬멧을 가지고 씩씩하게 교육장을 나왔다.

    퇴근 시간인 6시쯤 업무를 시작하니 콜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커넥트 기사에겐 위치 2km 반경에 있는 배달지를 주로 추천한다. 안전 관리와 고객 컴플레인 처리 등을 위해 주문 건은 센터 내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초보 기사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돕는 ‘추천 배차’ 기능은 감동적이었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주문을 15초간 단독으로 띄워주는 기능이다. 실제 업무에서 추천 기능 도움을 많이 받았다.

  • ▲ 배민커넥트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물품. 보냉백, 헬멧, 배달조끼 세 종류다. ⓒ 박성원 기자
    ▲ 배민커넥트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물품. 보냉백, 헬멧, 배달조끼 세 종류다. ⓒ 박성원 기자

    첫 배달 메뉴는 커리밥. 역삼역에서 1km가량 떨어진 가게에서 음식을 수령하고, 그곳에서 또 1km 떨어진 고객 집으로 배달했다. 기사용 앱에 뜨는 ‘픽업지 안내’ 버튼을 누르니 위치를 반영해 가는 길을 안내한다.

    첫 배달은 쉽지 않았다. 강남에 이리 많은 고개가 있을 줄이야. 평지에선 잘 나가던 전기자전거가 영 힘을 못 쓴다. 고개가 나올 때마다 내려서 걷고 내려서 걷고. 커리 찾으러 가는 길이 황천길인 줄 알았다면 쉬운 설명이 될까.

    첫 배달에 걸린 시간은 52분. 보냉백 덕에 다행히 음식은 따뜻했다. 고객에게 “알바 첫날이라 늦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니 괜찮다고 격려한다.

    두 번째 콜을 받기 위해 다시 앱을 켰다. 두 번째 메뉴는 닭갈비. 800m 떨어진 가게에서 닭갈비를 받아 1km 떨어진 고객 집에 가는 업무. 두 번째 주문은 오후 7시 30분에 받았다. 퇴근 시간이 지나니 길이 한산해져 편했다.

    두 번째는 확실히 수월했다. 콜 받고 배달 완료까지 26분. 자신감을 얻고 세 번째 콜을 받았다. 배달 완료 지점에서 1km 조금 넘어 위치한 태국 음식점에 갔다가, 500m쯤 떨어져 있는 고객집에 가는 주문이었다.

    세 번째 배달도 26분이 걸렸다. 기사용 앱에 익숙해지니 수월했다. 픽업·도착지 안내와 콜 수신 등 전반적인 앱 기능이 직관적이라 손에 빨리 익었다. 네 번째 배달은 수신부터 완료까지 32분이 소요됐다. 이를 마지막으로 ‘퇴근’ 버튼을 눌러 업무를 마무리했다.

    아무튼, 직접 일해보니 운동 겸 좋은 소일거리를 찾은 것 같았다. 배민 시그니처인 민트색 유니폼을 입고 달리는 것도 쏠쏠한 재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속 배달에 애쓰는 기사님들에 대한 감사함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