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당대출 관련 은폐‧꼬리자르기 논란 후폭풍1차 자체검사서 제재 외 금감원에 별도 보고 조치 안 해금감원 수시결과 후 결과 발표 시점에서야 관련인 고발금감원 "사문서 위조 등 금융사고 보고 누락 살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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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보고 누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은행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사 결과 현 경영진이 부적정 대출과 관련한 내용을 지난 4월께 인지했음에도 관련 부실여신에 대한 대출 회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배임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4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은행은 자체검사에서 발견된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여신은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서는 사문서 위조 등 금융사고 보고 누락 여부에 대해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감원 고위관계자 역시 “우리은행 자체검사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이 발견됐다면 이는 금융사고로 금감원 보고 대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은폐‧꼬리자르기 의혹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발언들이다. 

    전날 우리은행은 금감원 보고를 지연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부당대출이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한 취급여신 부실이라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따르면 금감원 검사에서 적출된 금융사고는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며,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에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우리은행이 즉각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이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확인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아 금융사고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부당대출 관련 자체검사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지난 4월 말 면직 등 제재조치를 취했다. 1차 검사 결과는 3월 18일 완료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 

    하지만 1차 검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보고할만한 사안은 없었다며 지난 4월까지도 감독당국 신고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1차 자체검사에서 부당대출에 대한 신용평가 및 여신취급 소홀, 채권보전 소홀 등 은행 귀책 사유를 확인했고, 이중 일부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도 인지했다. 

    우리은행은 관련한 해명자료에서 '당행은 1~3월 자체 검사를 통해, 임00 전 본부장의 징계조치 내용 등을 회장·은행장에게 보고했다(3월 18일)'고 밝혔다. 

    이어 '신용평가 및 여신심사 불철저, 채권보전 소홀 등 책임을 물어 관련 임직원(총 8명)에 대하여 면직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아울러 '2차 자체검사(5~6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감원 민원 제보로 수시검사(6~7월)가 진행되었다'며 '현 경영진이 이번 사건을 고의로 숨기려 했다면, 금감원 수시검사 착수 이전에, 관련자에 대한 면직 등 엄정한 제재, 고소 등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한 대규모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했고 이와 관련해 4월 이전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부정적 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관련 대출 회수 등에 나서지 않았다면 배임의 사유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이유로 1차 자체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1차 자체검사 시기는 금감원이 관련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수시검사를 나가기 전이기 때문에 만약 1차 검사에서 사문서 위조 등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CEO가 사고 보고를 지연하거나 은폐하려 했다면 최고책임자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부당대출은 금감원이 제보를 받아 지난 6월 우리은행에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수시검사를 실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전까지는 우리은행 내부에서만 검사와 제재가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관련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서야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인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8일 수사당국에 고발했다.

    금감원이 제보를 받고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금감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묻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잇따른 금융사고 발생으로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정대출을 인지했음에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이야기는 우리은행 안팎에서 수년전부터 흘러나왔던 얘기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의혹은 수년 전부터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였으나 쉬쉬하며 공론화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직함을 적시한 명함을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친‧인척이 뒷배를 과시하며 다녔는데 은행이 이를 거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