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전기차 캐즘 비용 배터리 업체에 떠넘겨K-배터리, 삼성·LG 전기차 직접 만들어 '브랜드파워' 승부수 띄워야中 전고체 배터리 선점으로 K-배터리 차별성 잃어가
  •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K-배터리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완성차 고객들이 전기차 계획을 수정하면서 배터리를 판매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ESS용으로 판매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임시방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지금 K-배터리가 역발상을 통해 오히려 직접 전기차를 만들어 캐즘을 스스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와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주목된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의 비용을 배터리 업체들에 전가하고 있다. 전기차 계획을 미루거나, 배터리 구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식이다.

    덕분에 배터리 기업들은 공장을 절반 정도밖에 돌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완성차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남아도는 배터리를 저렴하게 구매해 전기차로 쏠쏠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 

    심지어 완성차 기업들은 향후 배터리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배터리 내재화'를 계획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기업들을 쥐어짜고, 장기적으로 '손절'을 준비하는 상황.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겠다면, 배터리 기업들도 직접 전기차를 만들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전기차 캐즘이 극심한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진출을 선언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 어차피 완성차 기업들은 지금 배터리를 더 구매하지 못한다. 전기차가 안 팔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샤오미도 뚝딱 전기차를 만드는데, 전통의 가전 명가 삼성과 LG가 전기차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장,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완성차 고객들의 눈치가 보인다면,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는 등 방법은 많다.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삼성 전기차, LG 전기차야말로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대항할 수 있다.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중 배터리 역전'을 고려해 K-배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기차에 진출해야한다.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SAIC)는 내년 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K-배터리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보다 2년 앞선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중 가장 이른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SAIC이 실제로 내년 말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세상에 내놓는다면, 이는 K-배터리가 중국에 역전당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배터리가 불에 붙지 않는다면, 시장은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것이고, 무엇이 선택받을진 자명하다. 

    K-배터리의 차별성이 점점 흐려지는 지금, 전기차 진출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