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지구 지정… 21년 말 첫 분양수용예정지 주민, 지구지정 취소 요구 '빗발''1기' 일산-검단·운정 등 2기, 집값 타격 우려
  • ▲ 3기 신도시 5곳 위치도. ⓒ국토교통부
    ▲ 3기 신도시 5곳 위치도. ⓒ국토교통부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강행하면서 2기 신도시를 강타했던 '3기 신도시 공포'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로 구성된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는 지구지정 철회 집회를 열고 있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1·2기 신도시 주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경기 남양주시 왕숙과 왕숙2, 하남시 교산,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과천 과천 등 5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 2차 때 발표한 곳들이다. 1차 발표였던 지난해 9월 당시 중소 택지만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3기 신도시가 본격 개발되는 셈이다.

    '지구 지정→지구계획 수립→ 주민과의 보상 등→ 입주자모집 개시' 등의 절차를 밟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가운데 첫 단계인 지구 지정으로 개발할 택지의 위치를 구체화한 것이다.

    △남양주 왕숙1·2 1134만㎡(6만6000가구) △하남 교산 649만㎡(3만2000가구) △인천 계양 335만㎡(1만7000가구) △과천 과천 155만㎡(7000가구) 등 여의도 크기 8배인 총 2273만㎡에 12만2000가구가 들어선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측은 "이번에 지구 지정이 완료된 곳은 내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 2021년 착공을 거쳐 2021년 말부터 '첫마을 시범사업'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합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당초 서울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추진했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신도시 개발 계획이 효과가 없음을 증명한다"며 "수도권 집중화만 빨라지고 서울의 베드타운화만 초래하는 잘못된 국토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3기 신도시 발표 후 환경1·2등급 개발의 위법성,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시기와 절차상 문제 등을 끊임없이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끝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대책위 측은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밝혔던 방침인 환경1·2등급은 보존하고 훼손된 3~5등급만 개발할 것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면서 "3기 신도시는 졸속으로 급하게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책위는 8번의 국토부 면담을 진행하며 3기 신도시 수용 예정지 대부분이 보전가치가 높은 환경1·2등급으로 개발이 제한돼 있는 곳임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협의해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구지정 이후 본격화할 보상 논의에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부 행정절차를 거친 후 토지보상 관련 조사를 시작할 때쯤 주민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오행록 과천토지주대책위원장은 "수십년 농사짓던 사람이 수두룩한 데 토지를 빼앗긴다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상한다는데 정당한 보상이 될 지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3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1·2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을 진행할 경우 자칫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국토부는 신도시 조성시 공원·녹지 비중 30% 확대와 자족용지 내 산업단지 조성 등 거주환경 개선방안도 밝혔다. 그러나 교통대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는 지난 연말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한 후 추가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GTX B노선의 사업 추진만 결정된 상태다.

    대책위는 국토부에 제출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제대로 된 신도시 개발을 추진한다면 2기 신도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다음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교통난을 겪고 있는 수용예정지에 대한 교통 대책은 언제 완공될 지도 모르는 GTX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각 수용 지역별로 자족용지만 확보해 놓으면 자족도시가 될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3기 신도시-공동주택 정책 규탄대회' ⓒ연합뉴스
    ▲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3기 신도시-공동주택 정책 규탄대회' ⓒ연합뉴스

    또 다른 난관은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다. 3기 신도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아직 분양이 남았거나 교통이 불편한 2기 신도시에는 다시 한 번 '3기 신도시 공포'가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3기 신도시 입지가 발표된 직후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 분양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입지가 발표된 이후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된 단지들을 대형건설사와 중견사를 가리지 않고 대거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당초 5월 분양예정이었던 한 단지의 경우 분양이 11월까지 늦춰진 상태다.

    올 하반기나 연내 분양 예정이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분양시기를 잡지 못한 단지들도 있으며 내년에도 줄줄이 공급이 대기 중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역시 2021년 6월 분양 예정인 공공지원 민간임대단지를 비롯해 아직 분양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악재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기존 2기 신도시들은 광역교통망 개선사업이 지연된 곳이 많은데다 3기 신도시 입지와 비교했을 때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어 분양이나 집값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기 신도시 중 동탄2신도시는 GTX의 지연, 수원 호매실지구는 신분당선 지연, 남양주 별내는 수도권지하철 별내선 신설 지연 등 광역교통망 사업이 잇달아 지연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06~2010년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된 수도권 100만㎡ 이상 크기 택지 30곳의 사업 89개를 분석한 결과 3건만이 목표했던 해에 준공을 마쳤다. 86건이 지연됐고, 이 중 57건은 5년 이상 사업이 늦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도 3기 신도시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1기 중에서도 일산 같은 경우는 서울 진입하는 접근성이 여전히 크게 떨어지는데다 예정된 GTX A노선의 사업 지연, 교통대책 부재 등으로 가시화된 호재가 없어 3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일산 동구와 서구는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2.95%, 4.06%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