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그룹 2단 69부→20그룹 3단 72부로 재편비이자이익 이끌었던 신탁연금단 결국 축소디지털사업 비중 커져…개인영업그룹장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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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하반기 인사에서 큰 변화를 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하반기 영업을 앞두고 일부 임원들의 보직을 변경함과 동시에 본부 부서 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통상 은행권의 경우 연초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 후 하반기 큰 변화 없이 경영전략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부실로 영업조직이 위축된 만큼 변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해진 디지털사업…개인영업 핵심으로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개인영업그룹장이 디지털금융그룹까지 겸직한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이전까지 영업 현장을 지원하는 백 오피스(후선지원업무)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언택트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영업채널이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개인영업그룹에 속해 있던 고객센터를 디지털금융그룹 소속으로 이전했다. 일반 영업에 대한 고객불편 사항을 비대면 영역까지 확대해 처리하겠단 복안이다.

    디지털금융그룹 소속 부서는 명칭을 일부 조정했다.

    빅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사업부로, 디지털채널부는 디지털사업부로 명칭 변경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AI사업부를 신설해 인공지능 관련 금융서비스 사업을 고도화한다.

    이로써 개인그룹은 1그룹 3부, 디지털금융그룹은 1그룹 1단 7부로 조정을 마쳤다.

    ◆증권운영부 ‘화려한 부활’…비이자이익 증가 임무 막중

    그동안 은행 내 비이자이익을 담당했던 신탁연금단은 결국 조직이 축소됐다. 2년 전 그룹으로 격상됐지만 이후 그룹에서 단으로, 이번에는 단에서 부로 조직을 갈라놨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그룹 내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했다. 신탁부는 전략단 소속으로 이동한 셈이다.

    투자상품전략단은 기존 별도 부서에서 관리되던 펀드·신탁 등 자산관리 상품을 총괄한다.

    신탁연금단 내 자산수탁부는 정보보호그룹으로 이동해 고객보호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탁사업은 퇴장의 길을 맞이했지만, 증권운영부처럼 화려하게 부활한 곳도 있다.

    증권운영부는 2014년 트레이딩부로 통합된 후 약 6년 만에 자금시장그룹 내 부서로 제 이름을 찾았다.

    증권운영부는 우리은행의 직접투자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직접 유가증권시장에 뛰어들어 투자수익 극대화를 이루겠단 계산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우리은행은 과거 해외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임기 절반 남은 권광석 우리은행장 ‘승부수’

    이번 조직개편에선 권광석 은행장의 하반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디지털금융, 자산관리, 자금시장그룹 등 핀셋 조직개편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사실 권광석 은행장은 지난 3월이 돼서야 취임했다. 취임 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져 본인이 생각한 영업조직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또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보다 서민금융 지원에 나서 이렇다 할 영업능력을 보여주기 힘든 시기였다.

    권광석 은행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임기가 단 1년인데, 연임을 위해선 하반기 실적 개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서장 인사에서도 능력을 보고 선발했다는 평이다. 소속장급 인사 중 20% 정도를 여성으로 채웠다.

    굳이 여성 비율을 높이려고 한 게 아닌 철저한 능력 검증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해외인력 역시 경쟁은행은 코로나19로 파견을 자제하는 편이었지만 우리은행은 과감하게 교체를 단행했다.

    위기일수록 위축될 필요 없이, 오히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기회를 찾겠단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