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인국공 사장 추석前 옷 벗길 듯… 구본환 사장 "법적 대응" 예고(종합)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장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예상을 깨고 속전속결을 택했다. 애초 공운위가 해임안 처리를 일단 보류할 거로 예상됐지만, 공운위는 국토부 해임안을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대통령 재가에 속도를 낼 거로 본다. 추석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 사장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운위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일환 기재부 2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국토부가 낸 구 사장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다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개인 신상과 관련한 내용이고 대통령 재가 등 최종 절차가 완료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회의에는 구 사장도 변호인을 대동하고 출석해 자신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을 적극 소명했다.

앞으로 기재부가 국토부에 결과를 통보하면 국토부는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공운위 일정 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당일 문서를 보낸다"며 "국토부에서 내부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안을 낼 텐데 빠르면 사흘, 늦어도 닷새쯤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해임은 처리를 서두른다. 추석이나 국정감사 등을 고려해서 국토부가 공운위 날짜를 잡은 거라면 추석 이전에 해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본다는 태도다. 구 사장은 "공공감사법에 따르면 감사결과를 통보하고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를 생략했다. (공운위) 소명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면서 "절차상 법률 위반 소지가 있어 결론이 무효가 될 여지가 있는 데도 (공운위가) 안건을 의결하고 (국토부가) 임면권자 재가 절차를 밟는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애초 기재부 안팎에선 이날 공운위가 일단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토부와 구 사장이 주장하는 바가 서로 다른 데다 사실관계가 미흡할 경우 법률 적용을 위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간위원들이 최종 판단을 미룰 수 있다는 견해가 적잖았다.

공운위 운영에 관해 해박한 한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1년에 1번 나올까 말까 한 사례로 흔치 않아 보인다"며 "공운법을 적용할 때 해임 대상자를 상대로 청문절차를 밟았는지 절차적인 부분도 꼼꼼히 따진다. 충실의무 위반의 경우 상법에서 관련 내용을 따오는 데 양측의 다른 만큼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한 고위공직자는 "(국토부 자체 감사에서) 구 사장 의견은 들었다"면서 "다만 (어떤 사안은) 구 사장이 공운위에 가서 따로 얘기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해임안과 관련해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국토부는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2일 태풍 '미탁' 북상에 따른 대비를 위해 국정감사 도중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떴지만, 곧바로 퇴근해 사적인 모임을 했다며 충실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구 사장이 '국감장 이석 후 시간대별 행적에 관한 사항'을 적어 국회에 사유서를 냈는데 오후 7시 이후 인천공항과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했다는 설명과 달리 그 시각에 경기도 안양에서 식사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한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한 올 초 직원을 부당 직위 해제하는 등 인사 문제로 갑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이 '부당한 인사'로 결론이 났다는 태도다. 국토부는 두 사안 모두 해임 건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