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70조 16개 교육청 독점…총 출연금 168억대구·강원교육청 금고공고에 농협은행 단독 접수'부산은행 50년 아성' 부산교육청 유치전 주목출연금 45억 쓴 부산은행…농협보다 거액 지출
  •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선언에도 금고은행에 이변은 없었다. 올해 약정 기간이 만료되는 총 22조원대 예산의 교육청 금고 대부분 또 농협은행이 가져갔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일하게 농협은행 몫이 아닌 부산광역시교육청만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부산은행의 50년 아성이 지켜질지 주목된다. 

    대구광역시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은 각각 지난 13·14일 금고 지정 일반경쟁 재공고를 냈으나 금융기관의 추가 접수 없이 마감했다. 

    두 교육청 모두 농협은행이 단독 응찰 했으며, 향후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적격성 여부를 심사해 금고를 지정한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순탄하게 재지정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교육 금고 지정을 앞둔 교육청은 5개다. 예산 규모는 총 22조5580억원이다. 금고지기가 되면 이 예산을 관리·운용하는 데다 교직원들을 잠재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어 은행권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교육청별 예산 규모는 ▲서울특별시교육청 10조1480억원 ▲부산광역시교육청 4조6059억원 ▲대구광역시교육청 3조4212억원 ▲강원도교육청 3조786억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1조3041억원이다.

    교육청 금고는 농협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교육청 개청 이래 농협은행이 줄곧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지자체 금고시장에는 시중은행 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지만, 교육 금고 시장에는 농협은행 아성이 굳건해 전국 17개 교육청 금고 중 16개를 농협은행이 도맡고 있다. 16개 금고의 예산은 총 70조81억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금고 운영기간 중 교육발전기금 명목으로 16개 교육청에 지급한 협력사업비(출연금)는 총 168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달 초 농협은행은 서울교육청 금고를 또 수성했다. 서울교육청은 전국 교육청 중 경기도 다음으로 재정 규모가 가장 큰 '대어 금고'다.

    농협은행이 2017년부터 올해 서울교육청에 지급한 출연금은 28억원이었다. 2018년부터 올해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에는 각각 12억원, 10억원을, 강원교육청에는 8억3000만원의 출연금을 지출했다. 

    전국 교육청 금고 중 유일하게 부산교육청만 부산은행이 사수하고 있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1969년부터 한 번도 금고지기를 놓치지 않았다.

    부산은행이 2017년부터 올해 부산교육청에 집행한 출연금은 45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이 4개 교육청(올해 만료)에 집행한 총 출연금(58억3000만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만큼 큰돈을 들여 금고지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4년 전 부산교육청 금고 지정에 부산은행은 물론 농협은행, 국민은행이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부산은행만큼 거액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부산교육청은 19일까지 제안서 접수을 받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한 은행이 금고은행으로 있으면 뒤바꾸기 쉽지 않고, 농협은행의 교육청 금고시장의 지위가 절대적이어서 도전하는 은행이 많지 않다"며 "다만 탈석탄 금고 움직임이 올해부터 본격화한 만큼 향후 교육청 금고에 변수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11개 시·도 교육청이 금고 선정 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기관을 우대하기로 했으나 16개 교육청 금고를 담당한 농협은행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가 석탄산업에 투자를 많이 한 금융기관으로 지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현재 총 4조2616억원 규모의 석탄투자를 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과거 고성·삼척석탄화력발전사업에 각각 684억원, 44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석탄사업 지분투자는 511억원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