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화재 → 원인 미궁 → 리콜 확산집단소송 움직임… 수조원 들인 대중화 걸림돌중고차는 점검 기준 조차 없어… "2~3년 후 정립"
  •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미래차로 각광받던 전기차가 흔들리고 있다.

    연이은 화재 속에 사고 원인은 미궁을 헤매고 있다.  배터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비싼 가격에 충전과 수리에 대한 불만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으로 나오기 시작한 중고 전기차의 경우 아예 배터리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깜깜이 검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조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오랜시간 공들여온 대중화의 길목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달 8일부터 화재가 발생한 코나 전기차 2만5564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1차 결함 조사에서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분리막이 제조 공정상 손상돼 내부 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는 중간 진단 결과이자 유력하게 추정하는 것이어서 화재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주말로 운영 기간을 늘리고 특별 정비에 나서는 등 전기차의 안전성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 애쓰고 있지만 불안 심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코나 전기차를 타는 일부 운전자는 아예 집단소송에 나섰다.참여 인원은 1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 번째 공동소송을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일각에선 불안감이 커지면서 구매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마저 엿보이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나 전기차 사태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며 “안전을 보증하고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현대차
    ▲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현대차
    전기차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일으킬 사안은 또 있다. 중고거래에 대한 국토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다.

    자동차 관리법 제58조 및 동법시행규칙 제120조에 따르면 모든 중고차 매매업체는 구매자에게 의무적으로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를 발급해야 한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필수 증빙서류다. 일종의 ‘등기부등본’과 같은데 연식과 최초 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사고‧수리 내역, 동력전달장치와 조향‧제동장치 고장 여부, 변속기 누수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만약 성능기록부와 다른 이상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 무상 수리와 보상, 환불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성능기록부에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점검 항목 자체가 없다. 지난 6월 26일 개정을 거쳐 충전구의 절연상태, 구동축전지 격리상태, 고전원전기배선 상태를 확인하도록 일부 항목을 추가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 판매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용이 높다. 전기차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자 성능에 따라 상품성도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중고매매 시 전기차는 배터리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가치와 가격이 산출되는 셈이다. 수소연료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중고차 매매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를 일반 내연기관 기준에 따라 점검하고 있다”며 “외관손상이나 사고 유무 정도만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배터리 성능을 몰라 적정 가격을 매기기 힘들다”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꺼리는데, 10 대 중 1대 꼴로 매입하고 판매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모터 등 주요 부품에 대해선 아직까지 검사 방법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라며 “지금은 내연기관 기준에 맞춰 성능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및 관련 업계에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2~3년 후에 배터리 등 검사 방법을 정립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시장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구매 보조금 등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들어 1~9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는 3만675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4% 증가했다. 판매대수가 많아지면서 중고 전기차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는 2~3년이 지날 경우 주행 습관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라며 “전문인력 양성교육과 진단 장비 개발 등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소연료전기차 활성화 시대도 앞두고 있어 하루 빨리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