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선수 치자 여당도 태세 전환당정, 2조 순증해 선별지급키로 협의나랏빚 1000조 근접…재정건전성 악화"감세효과가 재정지출의 1.76배" 주장도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정치권과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나랏빚은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인 90조원을 돌파하고, 나랏빚은 945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여당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4·7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30일 정치권과 세종관가 소식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 협의를 열고 3차 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당정은 3차 재난지원금을 취약계층 위주로 선별 지급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금 규모는 2조원쯤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5조원을 삭감하고서 지원금 포함 코로나19 대응예산을 7조원쯤으로 늘려잡는 방안이 제시됐다. 애초 지원금 규모로 거론됐던 4조원쯤에서 낮춰잡은 셈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3조원이 넘는 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면서 재원 조달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 사업예산 삭감을 벼르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은 뉴딜 예산 삭감은 안 된다며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한다는 태도다.
  • ▲ 국회.ⓒ연합뉴스
    ▲ 국회.ⓒ연합뉴스
    문제는 내년에 일반회계 세입 부족을 보충하려고 발행하는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89조7000억원으로 잡혔다는 점이다. 올해 60조3000억원보다 29조4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여당 말대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곳간을 연 것도 있지만, 현 정부는 코로나 이전에도 씀씀이가 헤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정 당국이 전망한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이다. 국민 1인당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80만원에서 3년 만에 1640만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나랏빚은 이번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1070조3000억원(50.9%)까지 불어난다.

    일각에선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을 편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여야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씀씀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지난 4·15 총선 때 여당이 밀어붙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여당과 청와대는 애초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1·2차 때보다 소극적인 모습이었으나 태세를 전환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소위 'K-방역'의 성과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코로나19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내년 재·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그러나 퍼주기 정책보다 생색은 덜 나도 감세나 국민 부담 경감이 재정 지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코로나19처럼 긴급한 위기상황에선 재정을 투입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는 올해뿐 아니라 그동안 줄곧 적자재정을 심각하게 키워왔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김 회장은 "가장 힘든 자영업자 처지에선 임대료뿐 아니라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출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한시적으로 사회보험료를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면 그래도 1~2년 낫다. 어차피 적자재정은 똑같은 데 돈을 직접 주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년 전 내놓은 '감세 승수 추정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도 감세효과를 제시한다. 한경연은 해당 보고서에서 "세금을 줄여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는가를 분석한 결과 감세효과가 정부지출의 1.76배에 달했다"며 "세금을 줄여주는 게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성장에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정부지출은 소비·투자·수입의 직접적 통로를 통해서만 GDP에 영향을 미치는 데 반해 감세는 경제활동 참여 인센티브를 높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