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兆 몰아줬나… 준비기일 이례적 3차까지재판부 “검찰, 기소내용과 증거, 증인신청 사유 명확히 밝혀야”LS “글로벌 설립은 기업 이윤창출을 위한 당연한 행위”
  • ▲ LS용산타워. ⓒLS
    ▲ LS용산타워. ⓒLS
    검찰과 LS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수 일가가 대거 연루된 가운데 무게추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LS 통행세 논란은 이례적으로 3차 ‘공판준비기일’까지 열렸다. 양측이 혐의 입증부터 사활을 걸며서 준비기일이 길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등에 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식재판과 달리 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다. 구자홍 회장 등은 1~2차 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역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고, 변호인들만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재계 총수와 관련된 재판에서 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관련 1심 재판 정도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처음엔 형사합의21부에 배당됐다가 형사합의33부로 재판부가 바뀌면서 준비기일이 길어졌다.

    반면 같은 재판부가 경제인을 대상으로 3차준비기일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슈가 된 사건이어서, 검찰의 혐의입증에 ‘허점’이 많아서다.

    LS 관련 재판부는 2차준비기일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관해 제출한 증거와 증인신청 사유를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며 “부당지원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정식재판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LS 총수 일가가 통행세 수취법인(LS글로벌)을 설립해 14년간 21조원 상당의 전기동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거래를 했다며 구자홍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LS가 2005년 총수 일가의 승인에 따라 LS글로벌을 설립한 후 2006~2019년까지 LS니꼬동제련이 LS글로벌에 총 233만톤, 17조원 상당의 국산 전기동 일감(국산 전기동 시장 물량의 40%)을 할인된 가격으로 몰아줬다고 본 것이다. 이익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챙겼다고 주장한다.

    LS전선 역시 2006~2016년 LS글로벌에 총 38만톤, 4조원 상당의 수입 전기동(수입 전기동 중계시장 물량의 19%)을 매입해 고액 마진을 지급하는 등으로 87억원을 챙겼다고 문제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이자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챙긴 전형적인 사례”라며 “국내 재벌그룹 경영구도의 폐해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부당하게 챙긴 이익은  현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와 후계자의 승계자금 등으로 활용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S 측은 부당지원행위가 성립하려면 정상적이지 않은 가격으로 계열사간 거래가 있어야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LS글로벌은 그룹의 주요 원자재인 전기동을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입증은 정식재판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논리는 LS그룹이 글로벌을 설립해 총수 일가가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몰아간다”며 “하지만 기업은 이윤창출을 위해 어떻게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수급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검찰의 주장은 기업의 생존노력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듣고 내년 3월 5일 첫 재판을 열 계획이다. 먼저 양측의 주장 및 반박을 한번 더 확인한 후 관련자의 증인출석으로 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