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양형 참작 안돼 "그간 노력 물거품됐다"코로나 경제위기 속 리더십 장기 부재, 신사업 진출 늦어져경영차질 최소화 위해 정책적·행정적 배려 있어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재계는 침통에 빠졌다. 이 부회장의 거듭된 반성과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8일 오후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징역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86억8000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판단했다. 특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은 선고 직후 법정구속됐다.

    재계는 법원의 판단이 한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전무는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왔다"며 구속판결을 안타까워했다. 배 전무는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각국의 자국중심주의 기조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큰 상황에서 대표 글로벌 기업의 경영공백은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기술혁신으로 신산업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한 만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했다. 전경련도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 등 피해복구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수많은 탄원서가 이어졌음에도 법정구속된 것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5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뒤이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선처를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출범시킨 준법감시위는 어떤 수준보다 높은 투명성을 갖추고 있는데 법원이 이를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스럽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