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2천억 모집에 9400억 몰려적자 불구 정유4사 중 신용등급 방어 '유일'견고한 재무구조 기반 MFC 본격화-미래형 주유소 등 기대
  •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 GS칼텍스. ⓒ정상윤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칼텍스가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경쟁업체들의 신용등급 줄강등 속에서도 등급을 방어했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부문과 정유 부문의 신성장동력이 가시화되면서 흥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000억원 모집에 9400억원에 모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3월3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GS칼텍스는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발행 금액 증액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는 4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정유업계 실적 저하에도 유일하게 신용등급 하락 없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정제마진 약세와 국제유가 하락에 연동된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정유4사는 모두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도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을 단행했다.

    신용평가3사는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AA-)'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신평3사는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2016년 11월 이후 'AA+(안정적)'로 유지하고 있다.

    권기혁 한신평 실장은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통해 국내 타 정유업체에 비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반기 MFC 설비 상업 가동 이후 이익 창출 기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되는 경우 이익창출력과 재무안정성 지표 개선이 빠르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GS칼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부문으로 구성됐다.

    정유 부문은 국내 2위의 원유정제설비(CDU 기준 일 80만배럴)와 34.3%(상압증류공정 기준)의 매우 높은 고도화설비 비중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에너지에 이어 2위의 주유소 점유율(2019년 말 기준 20.5%)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 외에도 방향족(파라자일렌 연 135만t, 벤젠 연 90만t)·합성수지(프로필렌 연 50만t)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부문, 윤활기유(일 2만5000배럴)·윤활유 제품을 생산하는 윤활유 부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이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윤활유 부문이 전분기대비 개선된 실적을 시현했으나, 정제마진 약세 지속, 재고평가손실 발생, PX 스프레드 부진 심화 등으로 적자 폭이 재차 확대됐다. 연결 기준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9192억원으로, 2014년 이후 6년 만에 또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고 백신 보급 확대 및 2020년의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제한적인 경기 회복 우려 등에 기인한 석유제품 전반의 수급 부진과 저조한 정제마진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

  • ▲ 제주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배송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 GS칼텍스
    ▲ 제주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배송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 GS칼텍스
    다만 향후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해소되고 주요 국가들의 경제활동 재개로 글로벌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경우 유가 및 석유제품 수요가 개선되면서 수익 구조가 다소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화학제품인 PX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 물량 영향으로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하고 있으나, PX 제품의 전방 PTA 증설 추이, 예정된 석유화학제품 다변화, 원재료 가격 수준 하락 등이 비정유 부문의 손익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주요국의 경기 부양 노력 및 경제활동 회복과 함께 석유제품 수급 부담도 완화되며 점차 정유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기적으로 2018년과 유사한 수준까지 이익창출력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MFC설비 가동 효과가 더해지면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2018년부터 총투자비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MFC(Mixed Feed Cracker)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나프타, LPG,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연간 에틸렌 70만t(외부판매 약 2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가 올레핀계로 확대될 예정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MFC 투자는 성장성이 높고, 다양한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올레핀 사업으로의 진출을 통해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유와 아로마틱 사업 위주인 현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등 미래 지속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장기적 성장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모빌리티+로지스틱 허브’를 골자로 하는 미래형 주유소를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관련 영상을 세 편을 출품했다. 여기에는 드론 배송 시연 내용과 육지와 떨어진 도서 지역까지 드론으로 배송하는 영상이 포함됐다.

    또한 주유, 세차, 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및 전기차·수소차 충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이 첫 모델이다. 앞으로 서울과 부산에 각 1개씩 더 구축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CES2021 출품 영상을 통해 주유소의 미래 모습에 대한 비전을 설파했다"며 "미래형 주유소의 사업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매우 건전한 수준의 재무안정성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S칼텍스의 유동비율은 140%로 4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4사 평균은 117%다. 부채비율(95.3%)과 차입금의존도(41.5%) 역시 4사 중 가장 낮았다. 평균 부채비율은 143%이며 차입금의존도는 평균 77.5%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향후 완만한 업황 회복 및 MFC 가동 효과 등으로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이 기대되며 관련 투자 완료로 설비투자 규모가 경상적 수준으로 감소할 예정임에 따라 차입 부담의 점진적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