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차례 회동… 협력 관계 돈독글로벌 전기차·배터리 '톱티어' 입지 강화2차, 3차 EGMP 배터리 추가 수주 시험대
  • ▲ 지난해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왼쪽)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차
    ▲ 지난해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왼쪽)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일렉트릭(EV)' 리콜 비용에 전격 합의하면서 고객 중심의 품질 관리에 맞손을 잡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해부터 2~3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의 이번 합의는 시장 초기에 경쟁에서 뒤처지면 영원히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일각에선 전격적인 이번 합의 결정을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정공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었던 품질제일주의와 고객 우선을 실천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첫 회동을 한 이후 9월, 11월, 12월 등 총 4차례 걸쳐 만난 정 회장과 구 회장이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격변하는 시장 변화에 맞서 선제 대응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자동차 품질과 성능, 고객서비스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탄탄한 기본기가 받쳐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달 24일 대규모 리콜 결정 이후 비용 분담률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최근 합의를 마치고 분담률과 기존의 충당금을 고려한 품질 비용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코나EV 리콜 충당금 3866억원을 지난해 영업이익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연간 영업이익은 2조7813억원에서 2조394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이미 반영했던 코나 EV 리콜 비용 389억원을 포함하면 현대차가 전기차 리콜 비용으로 충당하는 금액은 총 4255억원이 된다.

    앞서 지난달 24일 현대차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 리콜 소식을 알렸다.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EV와 아이오닉EV, 일렉시티 버스 등 총 8만1701대를 글로벌 시장에서 리콜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리콜 비용 5550억 원을 지난 4분기 실적에 추가 반영했다. 정정된 영업이익은 1186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277억 원에서 9727억 원으로 정정됐다. 다만 이번 리콜과 관련된 충당금의 총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동차 한 대당 평균 리콜 비용은 약 500달러(약 55만 원)였다. 하지만 이번 리콜 비용을 보면 전기차의 경우 특히 배터리 교체비가 대당 약 1500만~17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코나EV의 전체 리콜 비용은 약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3대 7을 분담키로 했다. 계산대로라면 이 중 현대차가 4255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800억 원을 각각 분담한다. 

    양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신속한 리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양사가 난제로 꼽혔던 리콜 비용 분담 문제를 매듭지음에 따라 글로벌 리콜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더 시간을 끌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상황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양사가 공감한 모양새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5'를 출시한다. 기아차와 제네시스도 각각 'E-GMP' 플랫폼을 활용한 준중형 전기차 'CV'와 크로스오버 전기차 'JW'를 각각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CV', 제네시스 'JW' 등 'E-GMP' 기반 차량을 통해 전기차를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 대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누적 점유율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양사의 합의로 K-전기차 팀워크가 다시 가동하면서 현대차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톱 티어로서의 주도권을 쥐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속한 리콜과 합의로 시장의 우려를 비교적 빨리 잠재운 것 같다"며 "그 덕에 양사의 위상도 큰 손상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고객 불편 및 시장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리콜 비용 분담에 원만히 합의했다"며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앞으로도 적극적인 고객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리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의 충당금으로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