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2차 공판준비기일 진행'바이오 회계-물산 합병' 의혹 다뤄질 듯검찰 수심위 "수사도 하지 말고 기소도 하지말라" 불구 강행재판 최대 5년 소요 전망… 삼성 경영불확실 확대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된다. 

    이번 재판은 검찰이 지난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의 압도적인 '수사중단 및 불기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밀어붙이면서 이뤄졌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과 함께 최고조에 달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맞닥뜨린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의 경우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수차례 번복된 점과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재판에서 여론몰이식 프레임을 만들기 보다는 불법성을 명확히 입증할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과 관련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이 열린 이후 올해 1월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법원 정기 인사 등이 맞물리며 연기됐다. 중앙지법 25부는 '대등재판부'로 법조 경력이 대등한 3명의 부장판사가 맡는다. 지난달 인사이동으로 새 재판장에는 박정제 부장판사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는 주심은 박사랑 부장판사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이날은 재판부 교체에 따른 공판절차 갱신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앞으로 혐의 입증을 위해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데,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2년여 동안 고강도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회계 전문가들 역시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지 불법은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고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가져갔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미국회사인 바이오젠이 지분 15%,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를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2년도부터 2014년까지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회계 처리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2015년말 합작 파트너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을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하는 회계적 상황이 발생해 지분법으로 변경됐다. 2015년 하반기 에피스 개발제품이 판매허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업가치가 증가해 콜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이 그 행사비용을 훨씬 상회함에 따라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가 됐다. 이에 IFRS에 따라 바이오젠의 지배력을 반영하여 지분법 관계회사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다. 검찰 주장대로 제일모직에 불리하게 적용됐다면 주총에서 다수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해 재판이 이뤄진 점에 대해 삼성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지적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지난해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제3자적 입장에서 수사팀과 변호인의 주장과 증거를 면밀하게 살펴본 뒤, 10대3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이 사건에 대해 기소할 수 없으니 수사를 중단하라는 결정에도 기소가 이뤄진 점에서다.

    검찰의 기소 결정 이후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의 뜻에 어긋나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마저 무시한 기소는 법적 형평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믿고 그 과정에서 권리를 지키려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승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팀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삼성은 사법리스크 지속에 글로벌 경영환경도 급변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당장 반도체 분야만 하더라도 대만의 TSMC가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고, 미국 오스틴 지역의 재해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정치역학과 산업구조, 무역질서가 일제히 요동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조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성장 전략에 앞서 생존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데 삼성은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자칫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재판도 5년에 걸쳐 이루어진 상황에서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