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택진 영입 商議, 규제개선·스타트업 초점전경련, 조원태 합류로 진용 재정비… 국제무대 눈길무협, 공격적 수출기업 지원… 경총, 최저임금위 전력투구
  • 한때 불거졌던 경제단체 통합론이 시들해지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재계의 마뜩찮은 반응에 통합론을 불지폈던 경총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재계의 본격적인 주총시즌 돌입과 최저임금 등 주요 경제현안이 논의되는 4월을 앞두고 경제단체들에는 쇄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노조법 등 각종 경제이슈에서 정부와 노동계에 번번이 밀렸던터라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크다. 각 단체들은 설립취지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하는가 하면, 새 인물 영입으로 위축된 조직 진용을 다시 꾸려가고 있다.

    규제 뒤집으면 신사업 나온다… 최태원 商議 광폭행보

    최태원 SK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가장 큰 보폭을 보여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시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IT기업인을 부회장단에 합류 시킨 외연 넓히기가 돋보인다. 대한상의는 전국 상공인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단체인 만큼 중소상공인을 위한 규제개선부터 IT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층을 위한 샌드박스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공유주거 하우스에서 IT 청년 창업자들과 만나 규제 샌드박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 회장은 첫 공식행사였던 이 자리에서 "규제를 바꿨을 때 사회전반에 좋은 거라면 누구도 반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바꿀 수 있는 근거와 데이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모래시계를 선물하며 "모래시계는 뒤집으면 시작되고 또 뒤집으면 다시 시작되는 끝없는 시간을 상징한다"며 규제개선을 통해 창업자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 발표한 국회 기업규제법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도 최 회장의 '데이터 쌓기' 일환이다. 이 보고서는 국민 10명 중 9명이 현행 법체계가 낡았다고 인식한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신사업을 할 수 있는 지원법을 발빠르게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규제법, 이익공유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신속히 통과시키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샌드박스3법 등은 수년간 국회 계류 중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 ▲ 최태원 대한상의 차기 회장ⓒ뉴데일리 DB
    ▲ 최태원 대한상의 차기 회장ⓒ뉴데일리 DB
    전경련, 조원태 한진회장 부회장단 합류… 글로벌 재계 교류 초점

    허창수 GS명예회장이 연임한 전경련은 조원태 한진 회장을 부회장단에 영입했다. 허 회장이 6번 연속 회장을 맡을 정도로 인물난에 허덕인 까닭에 전열 재정비를 급선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 복귀를 선언한 김승현 한화 회장도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재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4대 그룹이 빠졌지만 롯데, 한화, 두산, 한진 등을 주축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전략이다.

    전경련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란해진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 위상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둬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OECD 경제자문기구 BIAC와 세계경제단체연합(GBC), 아시아의 경제단체 연합 채널 아시아 비지니스 서밋(ABS) 등 다수의 글로벌 경제회의에 참여 중이다. 전경련 부회장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BIAC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는 오는 6월 G7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경제인 회의 B7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다. G7 국가들의 아젠다와 관련한 경제계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논의의 중심이 될 전망인데,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의 역할론이 조명될 것을 기대된다.

    여전히 냉랭한 일본과의 분위기 회복도 전경련이 주도하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부임한 아이보시 고이치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민간 경제협력체제 구축을 논의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2년 넘도록 이어진 양국 갈등을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허 회장은 2007년 독도를 둘러싼 양국 갈등 사태에서도 한일 재계회의로 풀러낸 적이 있다.

    경총, 최저임금 논의에 집중… 무협, 강소기업 중국 진출 지원

    통합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뒤 경총은 본연의 자리인 노사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고,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최저임금 노사 협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1.5% 인상에 그친 만큼 올해는 대폭 인상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임기 내 1만원 공약을 내건 현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해여서 정부도 적극적인 인상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총 27명의 최저임금위 노사정 위원 중 25명이 오는 5월 교체를 앞두고 있어 위원회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6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이후 15년만에 기업인 출신 수장을 맞은 무역협회는 더욱 공격적인 수출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인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대표를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상공부 시절부터 산업기술정책 입안에 탁월한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무역협회는 신성장 스타트업 강소기업들이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화상 상담회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