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1.3%↓·사업 1.6%↓·재산소득 14.4%↓… 세분기만에 동반 감소3차 재난지원금 덕에 이전소득만 증가…100만원 벌면 69만원 지출빈부격차 6.30배, 전년比 0.59배↓…보조금 거품 빼면 1.43배 '악화'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올해 1분기 가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월평균 소득이 늘었다. 하지만 실상은 '번 돈'은 줄고 '받은 돈'이 증가했다.

    정부가 통계를 왜곡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정부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한 현실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혈세를 투입하는 노인일자리가 가계소득 통계에도 영향을 미쳐 소득증가를 견인했다.

    빈부 격차도 마찬가지다. 외형적으로는 격차가 줄었으나 정부 지원금 등을 빼고 보면 되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소득 늘었지만, 지출도 증가해 흑자액 감소

    20일 통계청이 내놓은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0.4%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내용을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먼저 전체 소득 가운데 63.4%로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은 277만8000원으로 1년전보다 1.3% 줄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의 감소다. 근로소득은 통계청이 올 1분기부터 1인 가구와 농림어가 통계를 추가로 포함하면서 감소폭이 둔화했다. 종전대로 농림어가를 제외한 2인이상 가구의 근로소득을 비교하면 1년전보다 3.5% 급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일자리사업의 영향으로 60세 이상 1인 가구의 근로소득이 통계에 추가로 잡히면서 감소 폭이 둔화했다.

    사업소득은 76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 감소했다. 재산소득도 3만3000원으로 14.4% 줄었다.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동반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피해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업 등 대면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전소득은 72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5%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급한 3차 재난지원금과 각종 수당 등으로 공적이전소득(49만7000원)이 27.9% 급증했다.
  • ▲ 소득 5분위별 가계 수지.ⓒ통계청
    ▲ 소득 5분위별 가계 수지.ⓒ통계청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241만9000원 1년전보다 1.6%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지난 2월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품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7.3%), 의류·신발(9.3%), 주거·수도·광열(6.8%),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1%), 교육(8.0%)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주류는 1년 새 17.1%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6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집콕' 생활이 늘면서 오락·문화(-9.4%), 음식·숙박(-2.4%) 지출은 줄어든 대신 주택 유지·수선(52.5%), 가구·조명(48.0%) 지출은 늘었다.

    세금이나 사회보험금,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87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줄었다. 다섯 분기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중단, 외출·모임 자제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항목별로 보면 경조사비 등 가구 간 이전지출은 9.9%, 헌금 등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지출은 8.8% 각각 감소했다. 반면 사회보험료는 5.8% 증가했다.

    세금 중에선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조세가 1.4% 늘었다.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 취·등록세 등 비경상조세 지출은 48.9% 급증했다. 일각에선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주택매매는 물론 다주택자의 상속·증여 등이 늘어난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실질소득)은 35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8% 증가했다. 다만 소비지출이 다소 늘면서 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09만2000원으로 0.9% 줄었다. 흑자율도 31.1%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P) 내렸다.

    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을 따지는 평균소비성향은 0.5%P 오른 68.9%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어 68만9000원을 썼다는 뜻이다.
  • ▲ 소득 격차.ⓒ연합뉴스
    ▲ 소득 격차.ⓒ연합뉴스
    ◇처분소득 분배는 개선, 시장소득 분배는 악화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91만원으로 1년 전보다 9.9% 늘었다. 2분위 소득은 5.6%, 3분위는 2.9%, 4분위는 1.2% 각각 증가했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 가구만 971만4000원으로 2.8% 감소했다.

    1분위 소득을 소득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17만1000원으로 3.2%, 사업소득은 8만7000원으로 1.5% 각각 줄었다. 반면 공적이전소득은 43만6000원으로 23.1% 급증했다. 저소득층의 공적이전소득은 근로소득의 2.6배에 달했다.

    1분기는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시기다. 노인일자리 등 재정일자리 사업도 조기에 착수했다. 5분위도 공적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8.5% 늘었다. 하지만 1분위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37% 수준에 그쳤다. 반면 고소득층의 재산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28.8%나 급감했다.

    1분위 실질소득은 72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반면 5분위는 758만원으로 3.4%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가계지출은 1분위 8.9%, 2분위 2.9%, 3분위 2.8% 각각 늘었다.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1.6%, 0.6% 줄었다. 소비지출 비중을 보면 1분위는 주거·수도·광열(21.9%), 식료품·비주류음료(21.6%), 보건(13.9%) 순으로 높았다. 5분위는 식료품·비주류음료(13.2%), 교통(13.0%), 교육(12.5%) 순이었다.

    빈부 격차는 외형적으로는 다소 개선됐다.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로 지난해 1분기 6.89배보다 개선됐다. 이 지표는 실질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1분위와 5분위를 비교한 것으로, 고소득층의 실질소득이 저소득층보다 6.30배 많다는 뜻이다. 수치가 0.59배 내렸으니 그만큼 소득격차가 줄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뺀 시장소득(근로·사업소득) 5분위 배율은 16.20배로 1년전 14.77배보다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