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조 투자 잰걸음'바이 아메리칸' 대응미국 전기차 비중 2% 불과… 2035년 800만대
  • ▲ 전기 자동차 충전 ⓒ뉴데일리DB
    ▲ 전기 자동차 충전 ⓒ뉴데일리DB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이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미국 제품 우선구매)’을 외치는 미국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의 속내는 따로 있다. 대세가 된 전기차에 유독 뒤처진 미국 시장을 잡아야 미래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과 현대차 등 4대 기업은 지난 21일 현지에서 394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측면 지원한 것이다.

    두 정상은 전기차부터 배터리,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5·6G), 핵심 원료, 백신 및 코로나 공동 대응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지게 됐다.

    먼저 현대차는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한다. 전기차,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등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한다. 양사는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2024년 상반기(1~6월)까지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5 대 5 합작 형태로 포드의 새로운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공급을 맡는다.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6억원 이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현지에 3조원을 투자해 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번 대미 투자계획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대차에 이어 미국 1, 2위 기업인 GM과 포드까지 국내 배터리 회사와 손을 맞잡았다. 미국과 사실상 새로운 ‘경제 동맹’을 맺었다는 평가다.

    미국은 세계 시장 중 두 번째 규모이지만 전기차가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못했다. 테슬라라는 걸출한 전기차 업체가 있음에도 성장 기회를 놓쳤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과도한 연비 규제가 제조사에 막대한 개발비용 부담을 주고 소비자에게 전가돼 구매와 휘발유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서 팔린 전기차는 32만8000여 대로 전체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에 불과했다. 유럽(11%)과 중국(6%)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체별로 테슬라(20만6000여 대)를 제외하면 GM이 2만1000여 대, 폭스바겐은 1만2000여 대의 전기차를 파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는 것을 의식한 듯 1740억달러(약 196조원)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충전 시설 50만 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포드 공장을 찾아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시승하고 “중국이 이기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은 전통 제조업체의 입김에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춰왔다”며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보급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환경청(EPA)이 오는 7월 말 강화된 연비 규제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규제 강화와 보조금 확대로 급격한 전기차 시장의 개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부 지역에 형성되고 있는 ‘전기차 생산 벨트’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으로 급성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