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상환 능력 없고, 자산은 채무 갚기도 부족"HSMC 파산 이어 악재 겹쳐… 파운드리 SMIC 장비·자금 조달 차질반도체 둘러싼 패권 다툼 실패… 삼성·SK 등 국내업체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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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출발한 중국 견제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화되며 '반도체 자립'이라는 꿈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12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자사의 채권자가 파산 구조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채권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칭화유니가 채무를 모두 상환할 능력이 없고, 자산은 모든 채무를 갚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사로 산하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 모바일 칩 설계회사 유니SOC 등을 두고 있어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기업으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지난 2015년에는 글로벌 3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2016년엔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샌디스크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무리한 사업 확장에도 이익을 실현하는데 실패하면서 이 같은 위기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칭화유니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는데 당시 4억5천만 달러(약 4889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원금을 갚을 수 없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칭화유니의 부채는 2020년 6월 기준 2029억위안(약 35조9000억원)이다. 총자산은 2019년말 기준 3천억위안에 가깝다.

    다른 중국 반도체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최초의 7nm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 제작 목표로 나선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는 자금난과 공장 건설 지연 끝에 지난해 파산했으며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 역시 장비 및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항을 겪는 이유는 미국의 견제가 강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9월 SMIC 등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을 거래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산 반도체 생산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이들 기업에 수출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건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정권이 교체됐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욱 강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기술을 국가 안보와 연결시키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바짝 조였다. 미국에 이어 다른 선진국 역시 중국 자본의 인수합병 및 수출 등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쓰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005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수요처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 규모를 키워 지난해 16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에만 1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급률은 6%에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1434억 달러(약 160조 원) 상당의 반도체 중 중국에 본사를 둔 자국기업에서 생산한 제품 비중은 5.9%에 불과했다. 금액으로 보면 83억 달러(약 9조 원) 규모다.

    중국이 오는 2025년까지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며 투자를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반도체 굴기에 집중 포화를 쏟아붇고 있는 만큼 힘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다툼 확대로 중국의 전략 달성도 힘들 것"이라면서 "사실상 중국이 반도체 자급에 실패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