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노사, 현대차 '3년 연속 무분규' 타결파업 전운 기아… 한국GM 잠정합의안 '부결' 사태 맞아지난해 임단협에 시계 멈춘 르노삼성
  • ▲ 올림픽대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 ⓒ뉴데일리DB
    ▲ 올림픽대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 ⓒ뉴데일리DB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노사가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 주요 쟁점에서 한발 물러나 ‘상생의 길’을 택했다. 남은 하반기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아와 한국GM, 르노삼성은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여름휴가 이후로 협상을 이끌어가야 해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됐다. 노동조합이 끝내 파업 깃발을 든다면 대화는커녕 노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7일 전체 조합원 4만8534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자 4만2745명(투표율 88.0%) 가운데 2만4091명(56.3%)이 찬성했다.

    특히 3년 연속 파업하지 않고 임단협을 끝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에 이은 두 번째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통과된 합의안은 △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무상주 5주 △복지 20만 포인트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 4차 유행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회사 임금을 대폭 높이기로 했고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생과 협력의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름휴가 전 타결을 이뤄낸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이지만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여름휴가 전 타결이란 목표는 물 건너갔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임금 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오는 10일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오가지 않아 노조는 파업권부터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아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광명 소하리공장 문을 닫았다. 조립, 관리 등 여러 부서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이 공장은 카니발, 스팅어 등 연간 32만여 대를 생산하고 있다. 1공장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카니발, K9 등을 주로 만든다. 2공장은 스토닉, 리오(프라이드) 등 수출 위주로 제조한다.

    당장 이번 가동 중단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카니발 등의 소비자 인도 시기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기아는 이날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코로나 재확선 가능성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하리공장은 기아 실적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곳”이라며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막힌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은 어렵사리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 27일 최종 개표 결과 전체 조합원(7633명) 중 6727(88.1%)이 투표해 3441명(51.2) 반대로 마지막 문턱에서 좌초됐다. 찬성은 3258명(48.4%)에 그쳤다.

    당장 실적 회복이 불투명하다. 생산 차질을 빚은 상태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과 달리 손실은 더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1~6월 국내외에서 15만478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6만6038대) 대비 6.8% 줄었다.

    르노삼성 노사는 3개월여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 회사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 짓지 못했다. 그러나 안을 두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 △일시금 500만원 △10만대 달성 시 100만원 지급 △연차 휴가(5일) 반납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지는 회사의 손에 달려있다”고 엄포를 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외에 모두 여름휴가 이후 임협을 끌고 가야 한다”며 “코로나가 가라앉지 않고, 반도체 품귀 현상에 생산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부담 요인은 더 쌓여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