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순위 11위 → 60위주력 제지 등 성장성 한계조동혁·동길 형제 분리도 숙제
  • 재계 순위 '11위 → 60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지 30여년이 된 한솔그룹 '홀로서기' 성적표다.

    한때 '리틀 삼성'으로 불릴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좀체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솔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새한제지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전주제지가 전신으로 1991년 11월 삼성에서 분리됐다.

    이후 한솔제지로 사명을 바꾸면서 지금의 한솔그룹이 탄생했다.

    분리 당시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부친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데다 사업수완도 남달라 '삼성보다 더 삼성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제지, IT, 금융을 축으로 한 19개 계열사를 뒀으며 재계서열은 11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한솔그룹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몸집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한솔개발 경영권과 한솔씨앤피와 한솔시큐어, 한솔제지의 유럽 종속회사 등이 모두 한솔 품을 떠났다.

    현재 그룹 전체의 자산총계는 5조 안팎으로 재계순위는 60위권까지 밀려있다.

    그나마 핵심 사업인 제지와 화학·소재 부문의 경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다행이다.

    외형성장은 답보상태지만 재무안정성은 빼어나다. 지난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26%, 차입금의존도 33.6%에 불과하다.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려던 코로나19는 한솔그룹에게 최악의 상처가 됐다.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양사는 그룹 전체 매출과 영업익의 60%를 차지하는 핵심이다. 

    한솔제지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89억원으로 47.6% 하락했다. 매출은 8588억원으로 10.5% 상승했지만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TV·스마트폰 등 전자소재를 공급하는 한솔테크닉스도 고전했다. 매출은 24.7%가 늘어 6570억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1.3%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들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자 한솔은 인수합병과 스타트업 투자, 조인트벤처 발굴과 육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주력사업과 인접한 분야에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도다.

    첫 걸음을 뗀 상태지만 '미래 한솔'의 지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숙제는 이른바 계열분리설 대응이다.

    한솔은 장남 조동혁 회장이 한솔케미칼을, 삼남 조동길 회장이 한솔홀딩스를 맡고 있다. 

    조동혁 회장은 명예회장으로만 이름을 올렸을 뿐 홀딩스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2015년 지주사로 전환하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사실상의 '한지붕 두가족' 체제가 됐다. 

    지배력 고민은 동생인 조동길 회장도 마찬가지다. 한솔홀딩스 지분은 17.23%에 불과하다. 케미칼(4.31%)과 문화재단(7.93%) 등 특수관계자 몫을 합해도 30.28% 수준에 그친다.

    심심찮게 계열분리 설이 돌지만 어느 한쪽도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분리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더 낮아져 오히려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에선 "한솔 오너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며 "분리에 나서기 전 지배력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