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10% 매각안 부상'10조' 엔지니어링 IPO가 가늠자일각 "지배구조 개편 보다 미래투자할 수도"
  •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뤄놓은 숙제풀기에 나선다.

    당장 내년부터 일감몰아주기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비스 지분 정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018년 이후 멈춰선 지배구조개편도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

    이달 말 시작되는 현대엔지니어링 IPO가 첫 단추이다.

    내년부터 적용될 공정거래법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회사로 확대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은 29.9%. 정의선 회장이 23.29%, 정몽구 명예회장이 6.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10% 가량의 지분을 정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갖은 설이 난무한다.

    지난 4월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블록딜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산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내부에서는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이같은 방안을 고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그룹사 일감을 줄이는 것이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적 대안이라는게 일반의 평가이기도 하다.

    글로비스의 실적과 주가 추이는 그래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과 내후년에도 '1조 클럽'은 무난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주가흐름은 골칫거리다. 연초 20만원이 넘던 주가는 30% 가량 주저앉아 11일 종가 기준 15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 3년째 답보상태인 지배구조 개편의 가늠자는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오랜 논의 끝에 본격적인 IPO 절차가 시작된다.

    내년 1월 상장을 추진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30일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이달 말 상장계획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알토란이다.

    몸값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11.7%를 가진 2대주주로 지분가치는 최대 1조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지분구성은 현대건설(지분 38.6%) 정 회장(11.7%), 현대글로비스(11.6%), 기아(9.3%), 현대모비스(9.3%) 순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시점 순자산가치는 정의선 회장 지분 보유 프리미엄 20% 적용 시 10조원까지도 계산된다"며 "10조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순조롭다면 정 회장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증여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모비스가 핵심이다.

    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 21.4%를 갖고 있으며 현대차는 기아의 최대 주주(33.8%)다.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2%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모비스와 합병을 고려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며 "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순환출자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3년 전에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라는 정부 압박이 거셌고 해외 투자자의 요구도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여력이 크지 않다는 논리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존재하는 순환출자는 규제 대상이 아니고 2018년과 달리 정부와 정치권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요구도 강하지 않다"며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보다 미래 기술 투자에 자원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작업에 나선 것은 최근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른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이고, 총수 일가가 글로비스의 지분을 축소하는 움직임 역시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