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승부수2000년 민영화 이후 최대 변혁"기업가치 제대로 평가 받겠다"
  • ▲ 최정우 포스코 회장ⓒ자료사진
    ▲ 최정우 포스코 회장ⓒ자료사진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두고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무통 최정우 회장이 꺼낸 승부수다. 성공한다면 2000년 민영화 이후 최대 변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논의한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구해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지주사 전환은 기존 철강사업을 영위하는 법인 위에 지주사를 새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은 현재 시장에서 주가가 저평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다. 제철소, 철강업 등 전통산업 이미지가 강해 기업 가치가 평가절하된다는 것이다.

    배터리, 수소밸류체인 등 최첨단 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도 시장이 바라보는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 매출 비중을 보면 철강 부문은 49% 수준이다. 무역, E&C, 에너지 등 나머지 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최대 관건은 분할방식이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중 어떤 길을 택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분할방식에 따라 작지 않은 걸림돌이 예상되며 성공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측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는다.

    복잡한 물적분할, 돈 드는 인적분할

    인적분할은 포스코 지분율 그대로 신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지분율을 그대로 가져가는 만큼 주식 가치는 떨어지겠지만, 자사주를 활용한 지분 정리가 용이하다. LG그룹이 계열분리를 하며 많이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오너가 지분율이 높을 때 주로 쓰인다. 자칫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포스코 사업 부문별 비중ⓒPOSCO
    ▲ 포스코 사업 부문별 비중ⓒPOSCO
    오너가가 없는 포스코 지분구조는 국민연금공단이 9.74%로 1대 주주이며 블랙록 펀드 등이 5.23%를 쥐고 있다. 자사주는 13.26%다. 경영권 확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인적분할은 지주사가 확보해야 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은 20%에서 30%로 오른다. 17%가량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4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포스코가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기업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DA)는 13조원에 달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조달 목적보다는 2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들이 철강 본업과는 별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적분할 방식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가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해야 할 돈은 천문학적이다. 수소경제 밸류체인 구축에만 10조원을 쏟아붓는다. 수조원을 들여 지주사를 만들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적분할 방식은 지분율은 그대로 두고 사업부분을 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이다. 현재 포스코는 지주사로 올라서고 철강산업을 영위하는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게 된다. 현대중공업을 100% 자회사로 만들고 그 위에 한국조선해양을 중간지주사로 올린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용한 방식이다.

    물적분할 방식은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이를 상장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지주사 할인을 받게 돼 반발을 피하긴 어렵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 배터리사업을 분할하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한국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 중복상장으로 주주들과 노조의 대립각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으로 방향을 잡는 한편, 100% 신규 자회사에 대한 비상장을 약속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지주사 할인은 피하고 자회사 밸류에이션을 그대로 누리는 묘수다. 경영권 위협이란 불안정성은 커지겠지만, 국민이 주인인 기업이라는 민영화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최정우 회장이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두가지 방법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안건인데다, 경영권 위협시 자칫 연기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정부에게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최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