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터미날'로 통합 추진최정우 회장 오랜 숙원… 효율↑, 비용↓"직접 운송 계약도 안돼"… 해운업계 예의주시
  • 포스코가 그룹 내 물류 업무를 포스코터미날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처럼 계열사 물류를 통합해 효율과 비용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지난해 정치권과 해운업계 반발에 좌초된 후 1년만에 재도전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일본 미쓰이물산이 가진 포스코터미날 지분 49%를 전량 인수하는 내용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터미날은 2003년 포스코와 미쓰이물산이 각각 지분 51%와 49%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포스코의 대외 구매망을 활용해 대형화물을 주로 운송한다. 포항과 광양에 대량화물유통시스템(CTS) 기지를 구축하고 석탄과 유연탄, 철강재 등을 유통한다.

    포스코는 포스코터미날을 100% 자회사로 만든 뒤 그룹 물류사업을 전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CEO 직속으로 편성된 포스코 물류사업부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물류담당 업무를 포스코터미날에 이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연내에 이같은 내용을 이사회 의결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포스코터미날로 물류업무 통합이 이뤄지면 연간 1억톤이 넘는 물류를 조달하는 매출 3조원 규모 대형 물류회사로 발돋음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그룹은 주력 운송품인 철강재 외에도 2차전지, LNG 등 계열사들이 수출입하는 물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 ▲ 최정우 포스코 회장ⓒ자료사진
    ▲ 최정우 포스코 회장ⓒ자료사진
    계획대로 된다면 그동안 계열사별로 별도로 발주했던 물류계약이 한 곳으로 뭉치면서 효율이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해운사와 운송계약을 맺을 때 계열사 물류를 모아 한번에 계약하면 운임을 낮출 수 있다. 수출로 내보낸 선박에 다시 원자재를 싣고 올 수도 있다.

    물류 통합은 포스코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지난해에도 계열사 물류기능을 통합한 포스코GSP를 출범하려 했지만, 정치권과 해운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민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해운업계도 물류자회사 설립은 대형 화주 탄생으로 해운 교섭권을 강화해 해운사들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1년을 인고한 최정우 회장은 자회사 설립에서 기존 회사에 물류업무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올해 초 물류통합TF장을 맡았던 김복태 전무를 포스코터미날 대표로 발탁할 때부터 예상된 수순이다. 여기에 고공행진 중인 해상운임으로 물류비 절감이 시급하다는 명분이 생긴 것도 사업추진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해운업계의 반발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거대 화주가 그룹 전체 물류를 일괄하는 기업을 자회사로 두는 것만으로도 해운업에 진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운법은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규제하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상법상 선박을 소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주가 직접 운송계약을 맺는다는 것으로도 해운업에 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나 운임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물류비용 절감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