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블록딜·엔지 IPO… '조' 단위 확보 모비스 지배력 강화 방점… 정의선 지분 0.32% 불과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재조명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등으로 '조' 단위의 자금을 마련할 전망이다.

    묵은 과제인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에 새로운 동력이 마련된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글로비스 블록딜 방안을 공시했다. 칼라일에 지분 10% 가량을 넘기는 것으로 정의선 회장은 2008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3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다음달 엔지니어링 IP를 통해서도 정 회장은 4043억원, 정 명예회장은 1075억원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

    이들 매각 대금을 합치면 정 회장은 최대 6000억원을, 정 명예회장은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는 블록딜에 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공정위 규제를 대비한 거래라는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지배구조 개편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아직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주주인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런 순환출자 구조를 개편하려면 정 회장이 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지분 21.43%를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모비스 지분율은 7.13%에 불과하며 정 회장 지분율은 0.32%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대금과 엔지니어링 IPO 통한 자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정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승계하고 여기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할 것이란 전망를 내놓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총수 일가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야 했는데, 이번에 확보되는 자금과 함께 엔지니어링 구주 매출까지 더하면 총 1조1000억원 수준까지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순환출자 해소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 회장이 직접 지분을 투자한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에도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마련에 필요한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상장을 꼽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으론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이 발표했던 지배구조개편안이다. 

    당시 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기로 의결하고 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시도했다. 

    모비스에 핵심 사업만을 남긴 뒤 정 명예회장-정 회장과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오너일가가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기아차·제철·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하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당시 개편안의 골자였다. 

    최 연구원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모비스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사거나 상속·증여세를 대비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