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또는 내년초 개편 재추진 전망현재 순환출자 구조 유지 관측도 제기현대차그룹 "다각적으로 방안 검토 중"
  • ▲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연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그룹
    ▲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연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그룹이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기업공개(IPO) 계획을 연기했다. 이달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달 26일 마감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회사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악재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인한 건설업 분야에 대한 투자 관심도 하락 등이 겹친 게 수요예측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나서면서 지난 2018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534만주, 142만주를 처분할 예정이었다. 앞서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올해 1월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3.29%, 6.71%(총 10%, 약 6100억원)를 칼라일그룹에 매각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됐다면 희망공모가격(5만7900~7만5700원)을 기준으로 정 회장은 3093억~4044억원, 정 명예회장은 823억~1076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현대글로비스 매각대금까지 감안하면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 합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 부자는 이 방안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해 순환출차 고리 해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연기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시간을 두고 개편 작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은 승인 후 6개월 간 유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6일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6월6일까지는 심사를 다시 받을 필요 없이 공모가 가능하다.  

    이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연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졌을 뿐 개편 작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2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가장 유력한 개편 방안으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발표했던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후 오너 일가가 기아·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방안은 당시 정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율 수정이 필요하다. 

    정 회장 일가가 기아·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경우 기아의 현대모비스 지분 17.33%를 매입하는데 약 4조원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상반기 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다시 시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며, 개편 추진 시점은 연내보다는 내년 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최소한의 비용이 소요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하면 정 회장이 기아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수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현 정부 임기 말인데다가 미래차 분야 투자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4년전과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며 당시 정부,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요구는 현재 강조되지 않은 이슈로 보인다”면서 “핵심 계열사의 가치가 커질수록 순환출자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적절한 시점에 개편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개편안이 나오면 시장과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