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업 협력 나서서 OTT 업계 촉각CJ ENM, KT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 투자장기적 티빙과 통합 절차 수순 나설 듯
  • ▲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오른쪽)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지난 21일 KT 광화문빌딩에서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KT
    ▲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오른쪽)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지난 21일 KT 광화문빌딩에서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KT
    KT와 CJ ENM이 전방위적인 콘텐츠 사업 협력에 나서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경쟁력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CJ ENM의 티빙에 KT의 시즌이 종속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CJ ENM에 따르면 최근 KT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을 골자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콘텐츠 투자부터 제작·편성·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 

    CJ ENM은 이번 투자를 통해 KT 스튜디오지니 제작 콘텐츠 다수를 우선 확보할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KT 스튜디오지니는 CJ ENM이 보유한 TV 채널(tvN·OCN 등)과 OTT 티빙 등의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1000억원 실탄을 바탕으로 원천 지식재산권(IP) 및 제작역량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사의 협력으로 국내 OTT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웨이브 488만명, 티빙 407만명, 시즌 109만명 순이다. 산술적으로 놓고 보면 티빙이 시즌을 업을 경우 516만명의 MAU를 확보, 웨이브를 추월하게 된다.

    다만, OTT 업계에서는 양사의 혈맹 전략 이면에는 KT의 시즌 정리하기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진한 시즌을 잘나가는 티빙으로 통합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1월 KT 스튜디오지니를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고, OTT 시즌을 통해 '디지코(DIGICO)'를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시즌을 100% 자회사로 분사하고, 지니뮤직의 최대주주로 앉히는 'KT→시즌→지니뮤직'의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같은해 8월에 별도 법인으로 시즌을 출범하고, 초대 대표이사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전문가인 장대진 대표를 선임했다.

    구 대표의 지지아래 이목을 끌었던 시즌은 기대와 달리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해 CJ ENM과의 콘텐츠 분쟁에 휘말리면서 시즌의 출범 일정은 당초 7월에서 8월로 한 달 가량 늦어졌다. 출범 당시 MAU는 216만명에서 지난달 109만명으로 반토막이 나는 등 실적도 부진한 상태다.

    때문에 KT로서는 경쟁 관계였던 CJ ENM과 부득이하게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 대표의 시즌이 외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타 플랫폼과의 합종연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

    KT가 이미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 제휴에 비중을 두고, 시즌 서비스에는 손을 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3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한 구 대표가 주총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KT의 OTT 시즌을 비롯해 웹툰, 웹소설, 음원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얻어갈 것이 많다"며 "KT 역시 구 대표의 디지코 성과를 위해 부득이하게 적과의 동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