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인수위장 부동산 세금폭탄 당장 바로잡기 힘들어"장관 내정자들도 고충 토로…추경호 "2차추경 고민", 규모 줄수도원희룡, 부동산규제완화 신중…여소야대·文정부 몽니도 걸림돌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넘겨받을 한국경제 성적표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진영논리로 밀어붙인 각종 규제의 정상화를 추진하는데 예상보다 애로가 많다는 불만이자 공약이행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고충으로 풀이된다. 당장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부동산규제 완화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5차 전체회의를 열고 "상황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前정권의 부정적인 유산과 새 정부의 정책 성과가 뒤섞여 혼란을 주고 불필요한 정치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것을 국민에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을 바꿔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부동산값 폭등과 세금폭탄은 현 정부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고 부연했다. 안 위원장은 "부동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경제, 국가재정 모두 사실상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전 정부정책의 문제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한계를 인식하고 가능한 것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장관 후보자들도 잇달아 무리하게 추진된 각종 정책을 원상회복하는데 애로가 있다고 속도 조절이나 궤도 수정을 시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팀 수장으로 낙점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8개 부처 장관 인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금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추경을 하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어떤 조합을 가지고 (물가상승) 우려를 해소하면서 추경의 목적과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을 치르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온전한 손실 보상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공약했다.

    문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년3개월 만에 최고인 4.1%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조 원대 재정을 일시에 풀면 고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재원 마련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내내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하며 매년 슈퍼 예산을 경신하고 총 10회나 추경을 편성했다. 인수위 내부에선 '곳간 열쇠를 넘겨받아 보니 밑에 싱크홀이 있다'는 근심 가득한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인수위로선 공약도 지키면서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최소화해 나랏빚 증가를 막아야 하는 쉽잖은 난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다. 조세전문가들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10조원쯤을 마련하면 최대치라는 견해다. 2차 추경 규모가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는 대목이다.
  • ▲ 아파트.ⓒ뉴데일리DB
    ▲ 아파트.ⓒ뉴데일리DB
    부동산 규제 완화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1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안정감 있고 예측 가능하며 실수요에 맞는 현실적 (주택)공급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지나친 규제 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 등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 세제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원상복구 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호재가 돼 부동산시장은 벌써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원 후보자의 발언은 안정감 있게 시장기능을 회복하되 서두르진 않겠다는 일종의 속도 조절론으로 해석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투기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하면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로선 172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딴죽걸기나 현 정부의 몽니도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는 데 걸림돌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 회의에서 "설상가상 국회 다수당(민주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아예 출발도 못 하게 발목을 부러뜨리려고 벼르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2년간 지속할 여소야대 국회 환경은 새 정부의 정책 수단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막판 어깃장도 논란거리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해달라는 인수위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기재부는 정책 일관성과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재부가 여당 대선 후보가 당선됐어도 인수위 요청을 거부했겠느냐는 시각이 없잖다. 문재인 정부는 2004년 참여정부 때 도입했다가 주택시장 침체로 10년 만에 폐지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엄포에도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며 '버티기'에 들어가고 부동산 민심만 흉흉해지자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양도세 중과 1년 유예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민주당은 이 후보의 제안이 '빠른 입법화'의 문제라며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