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디지털서비스법 합의 및 도입 예고빅테크 독점 지위 남용, 불법 콘텐츠 유통 책임에 초점규제 대상 선정, 반독점·경쟁 유도 등 법의 방향성 명확전문가들 "온플법 정치 프레임 갇혀, 국내와는 시장 상황 다르다“
  • ▲ ⓒpixabay
    ▲ ⓒpixabay
    유럽이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이하 DMA)을 도입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온플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온플법이 유럽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발의된 온플법이 시행될 시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DMA에 이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 콘텐츠 단속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이하 DSA)의 법안 제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DSA는 유럽의회 최종 승인을 거쳐 2024년 시행할 전망이다.

    DSA는 일정 규모 이상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허위 정보, 불법 광고, 인종·성별·종교 등에 대한 혐오발언 등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토록 했다. 지금까지 빅테크 기업들이 자율규제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삭제해왔지만, 법을 통해 의무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추천 알고리즘 공개도 의무화해 이를 위반할 시 글로벌 총매출 중 6%를 과징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앞서 합의한 DMA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의 유형과 지정된 거대 플랫폼의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자사 상품 우대 금지 ▲타 플랫폼 앱스토어 상호 운용 ▲광고서비스 제공 조건의 투명성 의무 ▲기업결합 때 자진신고 등이 있다. 특히 구글 갑질방지법과 같이 앱스토어에 등록하려는 앱 개발자에게 특정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플랫폼 사업자가 의무사항을 위반하면 총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내야하며, 반복할 시에는 최대 20%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DMA를 적용하면 이용자는 애플 맥북에 미리 설치한 소프트웨어나 앱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애플 아이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하고 앱을 다운받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DSA와 DMA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 중에서도 지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규정해 의무를 부과하고 규제한다.

    게이트키퍼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독점 사업자로,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 필수적인 관문처럼 작용하는 데 빗댄 용어다. 타 플랫폼과 연동을 막고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등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게이트키퍼의 속성이다. 연 매출 75억 유로(한화 10조 820억원), 직전사업연도 기준 시가총액 750억유로(한화 100조 8200억원)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EU의 플랫폼 규제 법안을 참고해 만든 온플법이 규제 대상과 목적에 있어서 대비된다고 지적한다. EU와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상황이 다르고, 이미 DMA와 DSA에 해당하는 법안도 일부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플법은 매출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 업체를 규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는 경쟁법상 기준으로, 다양한 제품 유형과 서비스를 취급하는 플랫폼 기업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명품 거래 플랫폼 기업은 중개거래액은 높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DMA나 DSA가 게이트키퍼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온라인 플랫폼은 그 규모나 시장지배력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갖추지 않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게이트키퍼 기준으로 보면 연 매출과 시가총액 모두 절반 정도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 매출 6조 8176억원, 카카오는 6조 1361억원을 기록했고 시총은 네이버가 46조, 카카오는 40조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소위 ‘GAFA’로 불리는 빅테크의 시총은 미국 GDP의 28%에 달하지만, 네이버·카카오의 시총은 7%다.

    시장지배력에 있어서도 온라인 플랫폼 유형으로 검색, SNS, 배달앱 등 대부분 업체가 경쟁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털사이트 점유율은 네이버가 56.1%, 구글이 34.7%, 다음이 5.4%로 독점적이지 않다. 한국 갤럽의 2021년 조사결과 국내 주요 SNS 연간이용률은 유튜브 86%, 네이버 밴드 44%, 카카오스토리 40%, 페이스북 35%, 인스타 31%, 트위터 14%, 틱톡 10% 순으로 다양한 SNS가 활용되고 있다.

    DMA에 명시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대한 법안은 이미 마련됐으며, DSA에 해당하는 내용은 정보통신망법에 포함됐다. 법안에는 불법 정보에 대해 나열해 유통을 금지하고 있고, 게재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유해정보를 일일이 모니터링해 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온플법 제정 목적에 대해 ‘180만 영세 플랫폼 입점업체를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영세 소상공인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편가르기’에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만 도입하는 것은 정부의 관할 이기주의“라며 ”우리나라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SNS나 검색 시장 자체가 독과점이지 않고 유효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강력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글로벌 확장성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규제 법안을 적용하면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며 ”정부는 유효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을 그대로 보고, 이용자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