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두산중공업 성공사례 봐달라" "부산은 수혜지역…주요산업 부울경 집중" "정부와 임기를 맞춰 사의 표명한 것"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팩트(사실관계는) 명확하게 하자.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을 둘러싼 구조조정 실패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근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 "11개 기업 구조조정 성공"

    이 회장은 지난 5년 간 자신은 "대한민국 최대 부실그룹 회장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처음 산은 회장 자리에 올랐을 당시 관리 대상에 오른 부실기업만 15곳에 달했고 현재 3곳(KDB생명·대우조선해양·쌍용차)이 남았다고 밝혔다. 

    최근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들 위주로 자신의 공과가 평가되자 3건을 근거로 지난 5년 간 구조조정을 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산은은 부실기업은 잔뜩 쌓여있고 도산직전에 몰려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당시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건설, 현대상선(현 HMM) 등이 난제로 쌓여있었고 이전 정부서 별로 해결한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액의 해운 대손비용 지출로 산업은행 금고는 텅비어 자본잠식 직전이었다"면서 "당시 3~4년 간 손실액은 14조5000억원으로 2015년과 2016년의 당기순손실만 5조5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산은 책임론이 팽배했는데 홍기택 전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안종범 전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다 결정하고 홍 전 회장에게 지시했다는 증언이 있다"면서 "수조원의 손실이 생기는 것을 산은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산은의 죄는 거역하지 못한 죄였다"고 했다. 


    ◆ "텅빈 곳간…이익 잉여금 7조원대로 "

    그는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매각 (불발은)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3건을 근거로 지난 5년 간 구조조정을 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은을 3개로 쪼개야 한다는 등 도가 넘는 정치적 비방이 있는데 이는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고 3300명 산은 직원과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정부가 많이 협조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HMM은 완벽하게 정상화됐고 이제 매각만 남은 상태"라면서 "두산중공업은 대주주와 산은 간의 긴밀한 협조로 초기에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구조조정 원칙을 준수해 단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5년 간 산은의 재무구조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조조정 성공으로 인한 회수액 증가, HMM 출자주식 가치 상승, 수익성 개선으로 정부 재정에 대한 기여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은 저금리 정책자금을 운용해 시중은행보다 예대마진이 0.77%p 작다"면서 "주택담보대출 하면서 이자율 장사하면 참 쉽다. 산은은 이자율 장사하는 곳이 아니다. 국내서 이자이익보다 비이자이익이 많은 유일한 은행으로 수익성 개선은 획기적인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구체적으로 2015년과 2016년 구조조정 관련 손실액만 5조5000억원이었던데 반해 2017년부터 작년까지 배당 및 법인세로 2조2000여억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2016년 1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이익 잉여금은 지난해 7조4000억원까지 늘어 안정화됐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매년 정부로터 증자를 받지만 대부분 정책형 펀드, 프로그램을 위한 도관역할이었다"면서 "저희가 번 것으로 배당과 법인세를 냈다"고 했다. 
  •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 "조선업 빅2 체제로 가야"

    이 회장은 최근 매각이 불발된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차, KDB생명 등에 대한 구조조정 소신도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해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현재 3사 구조로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수익성 개선이 요원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이 산업재편을 하지 않으면 대규모 부실 위험이 있다"면서 "산은, 수은의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대우조선이 연명해 조선업 과잉경쟁이 계속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로 자유시장원칙에 위배된다. 다운사이징으로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일방적인 자금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경쟁력, 지속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을 두고는 "산은이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일방적으로 산은에 떠넘기는 식의 방식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생명보험과는 전혀관계가 없다"면서 "현장서 매각하는 게 방법으로 (매각에) 실패했지만 산은이 앞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 "부산? 가장 수혜받은 지역" 

    이 회장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산은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 일"이라며 "논리적 토론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고 껍데기만 얘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반대의 뜻을 다시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전의 주요 근거가 되는 '지역균형발전론'에 대해 "지역균형 발전 취지에 누가 동의하지 않겠나. 다만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하고 지속 가능해야한다"며 "특히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이후 가장 특혜받은 지역으로 기간산업이 부울경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의 배경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이 회장은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집행하는 정책기관으로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이어 "다른 정치적 의사가 아니라 정부와 임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면서 "정부 교체기마다 정책기관장 교체에 대한 잡음이 발생하는데 소모적인 정쟁행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가 산은서 한 일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새 정부에서 팩트를 정리해보고 좋은 것은 계승하고 새 정부 철학에 안맞으면 바꾸면 그만이다. 현재 (부산행 이전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도 산은에 대해 잘 몰라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산업은행 회장으로 지난 2017년 9월 취임해 약 5년 간 산업은행을 이끌었다. 그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