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인' 경기 중 호수에서 수영하는 대회는 처음롯데, 석촌호수 수질 개선 위해 지난해 8월 민·관 협의체 구성"앞으로 '사이클' 추가해 트라이애슬론 대회로 발전시킬 것"
  • ▲ 김태현 롯데물산 마케팅 책임이 '2022 롯데 oe 레이스'를 마친 뒤 촬영을 하고 있다.ⓒ롯데물산
    ▲ 김태현 롯데물산 마케팅 책임이 '2022 롯데 oe 레이스'를 마친 뒤 촬영을 하고 있다.ⓒ롯데물산
    “마케팅팀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번 행사는 정말 매출 생각 없이 순수하게 롯데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전 기온이 32도를 웃돌았던 7일,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김태현 롯데물산 마케팅 책임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에서는 ‘2022 LOTTE Oe Race’ 행사가 펼쳐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석촌호수 수영 코스가 포함된 아쿠아슬론 대회다. 

    기존 롯데월드타워 123층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스카이런’에 석촌호수 1.5㎞ 수영이 더해진 코스로, 호수 수영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철인 동호회 또는 수영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만 참가 신청을 받았다. 일부 일반 참가자들은 수영은 제외한 채 스카이런 종목에만 참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대부분 ‘경기북부철인클럽’, ‘투덜이철인클럽’ 등 트라이애슬론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소속을 나타내는 유니폼이나 마크 등을 부착한 상태였다. 일부 지역 시청 등 지자체에 소속된 선수들도 보였다.

    앞서 지난 4월 진행했던 ‘스카이런’과는 별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석촌호수 수영 코스가 추가됐다. 그간 수질 3등급이었던 석촌호수가 수질 개선작업을 통해 항목에 따라 1~2등급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날 참가한 인원은 총 420여명으로, 4인 1조로 10초 간격으로 레이스를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가 석촌호수에 입수하기까지는 약 30여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스카이런’과는 달리 전문적인 코스가 추가돼서인지 참가자들의 표정에는 결의가 엿보였다.
  • ▲ 7일 오전 열린 행사에서 A조 참가자들이 석촌호수에 레이스 진행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7일 오전 열린 행사에서 A조 참가자들이 석촌호수에 레이스 진행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김 책임이 이번 행사를 추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참가자들이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송파구청, 한국환경공단, 젠스 등 4개 민·관이 석촌호수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사실 4월 스카이런 당시에도 충분히 (석촌호수 수영이) 가능했지만, 방역에 대한 우려가 있어 조금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전개되는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많지만, ‘호수’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그동안 전무했다. 대부분 위생과 시계(視界) 등의 문제로 강에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안전과 수질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석촌호수 수질 개선 작업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호수 내 함유된 유기 물질과 음전하를 띤 콜로이드성 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양전하를 띤 응집제에서 제타 전위를 감소해 반발력을 최소화하는 하전중화를 통해 조류 발생을 억제했다.

    김 책임은 “쉽게 말해 광촉매를 통해 소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물 안에 이물질이나 퇴적물들을 분해해서 물 안에 살고 있는 어류나 미생물들의 먹이로 바꾸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수질 개선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수심 가장 아랫부분이다. 깊은 부분에 누적된 퇴적층의 경우 약품을 써도 쉽게 정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질 개선을 측정하는 기준에서는 퇴적층의 오염도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석촌호수는 그동안 평균 수질 3등급을 유지해왔다. 수질을 구분하는 여러 항목 중 대표적으로는 총대장균, 클로로필(엽속로), 용존산소도 등이 있는데 최근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호수 기준에서는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또한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기준 ‘매우 좋은 수질’ 판정을 받기도 했다.
  • ▲ 이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최규서 참가자가 결승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이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최규서 참가자가 결승 라인을 통과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롯데는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판단하자마자 곧바로 행사를 추진했다. 행사가 열리기 몇 주 전부터 비가 계속되면서 물이 불어 상류의 퇴적물이나 부유물들이 쓸려내려오는 경우가 많아 뜰채로 일일이 제거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책임은 “트라이애슬론 참가하시는 분들은 워낙 많은 곳을 경험하셔서, 물에 들어가자마자 ‘물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실 수 있을 정도”라면서 “본 행사 전날인 어제 신청자들에 한해 석촌호수에서 잠깐 수영하실 수 있는 웜업 타임을 진행했는데, 처음에 꺼려하시던 분들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최규서(28세) 참가자도 우승 소감에서 “사실 석촌호수가 더러울 것 같아 거부감이 있었는데 냄새도 전혀 없이 깨끗했다”면서 “부유물도 적고 시계 확보도 좋아 전혀 문제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물산은 이번 행사를 ‘진짜 철인 3종경기’로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통상 철인3종경기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로 구성돼있다. 또 이번 행사에서 부족했던 마케팅적인 부분을 강화해 참가자 뿐만 아니라 함께 찾은 가족이나 지인, 또는 일반 관람객 등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갖추겠다는 포부다.

    김 책임은 “사이클이 추가되면 도로 통제나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내년에는 꼭 트라이애슬론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