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직원들, 세종-서울 오가며 AOC 발급 촉구 시위허위 회계 의혹 놓고 국토부-이스타 주장 엇갈려전문가, 항공 안전 위해 재무상태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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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이 운항 재개 마지막 관문인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절차에서 가로막혀 경영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AOC 발급을 진행해달라며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와 서울 용산 등에서 단체집회를 벌이고 있지만, 국토부가 허위 회계 의혹 조사를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AOC 발급 진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AOC 발급 절차 진행을 호소하는 단체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세종 국토부 청사 앞 집회에 이은 두 번째 단체 집회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나 시설·장비·지원체계를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안전 면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려면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을 파악해 특별조사와 감사를 실시한 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 항공 운송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하루 고정비만 2억원에 달하는 만큼 수사가 길어지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28일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28일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회계 의혹에 엇갈리는 국토부-이스타 주장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AOC 발급 신청을 접수해 심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허위 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이익잉여금(결손금)이 -199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회계자료를 제출해 지난해 12월15일 변경 면허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연말 기준 회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결손금은 -485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와 이스타항공은 허위 회계 의혹을 두고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시스템 폐쇄로 정상적인 회계결산이 되지 않아 결손금은 이용 가능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5월31일 기준으로 수치를 작성했고 이에 대한 설명도 회계서류 제출 당시 메일과 유선 등을 통해 국토부 담당자에게 충분히 했다는 것이다.

    반면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자본잠식을 숨기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실시한 특별조사에서 이스타항공이 2021년 2월4일 기준 회계자료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의 항목은 변경면허 신청 당시인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작성하면서도 결손금 항목만 2020년 5월 수치를 넣은 것은 고의가 아니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또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말 브리핑에서 서류 제출 당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으로부터 결손금에 대해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은 비행 중 사고 발생 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으로 담보돼야 하는데, 항공사의 재무가 탄탄하지 않으면 정비를 소홀하게 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국토부 입장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재무와 고의성 여부를 확실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지난 2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 모인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 AOC 발급 절차 진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스타항공근로자대표단
    ▲ 지난 2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 모인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이 AOC 발급 절차 진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스타항공근로자대표단
    ◇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기약없는 기다림’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국토부 대응에 수사와는 별개로 AOC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원희룡 장관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특별 감사 결과를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로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에서도 “경영악화로 운영을 중단했던 항공사가 기업회생에 따라 대주주의 변경을 신청했다면 재무능력은 운항자격과 직결돼 있는 문제”라고 이스타항공 회계 의혹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500명이 넘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운항 재개를 앞두고 닥친 위기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스타항공 객실 사무장 A씨는 “현재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며 “이스타항공은 존재해야 하고 운항 허가를 다시 받고 또 다른 비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은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 회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 결과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AOC 발급 절차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AOC 발급 지연에 따라 복직과 신규채용 절차를 중단하고 9월부터 12월 31일까지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업과 유급휴직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