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12.6 달러'천연가스 가격 급등 및 유럽 석탄발전소-원전 가동률 하락… 등-경유 수요↑석유로의 대체 추세… 글로벌 경기침체 따른 유가 하락 없을 전망
  • ▲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 ⓒ연합뉴스
    ▲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 ⓒ연합뉴스
    상반기 사상 최고점을 찍은 후 급락하던 정제마진이 재차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 악화가 예고되는 정유 업계는 안도감을 내쉬고 있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로 원유 1배럴을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남는 이익을 뜻한다. 통상 정유업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 달러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2.6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 11.3 달러로 5주 만에 두 자리 수로 회복한 후, 소폭 올랐다. 정제마진은 6월 넷째 주 배럴당 29.5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등-경유 수요 증가가 정제마진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유럽의 석탄발전소-원전 가동률 하락에 따라 대체 석유 수요로의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부터 살펴보면, 러시아는 지난 6월 유럽으로 향하는 노드스트림1 공급량을 기존의 절반 이상인 40%로, 지난달부터는 20%로 줄였다. 현재 추가 중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달 LNG 현물 수입가격은 t당 1034.75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7.7%나 올라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1138.14원) 수준에 근접했다. 이번 달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더 크게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럽은 수십 년 만의 최악 가뭄에 석탄 발전과 원전 가동에 차질을 겪고 있다. 독일에서는 내륙 수운의 대동맥인 라인강의 수위가 떨어지면서 석탄 운송 화물선은 수송 용량의 3분의 1가량만 운반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는 강물의 수온이 불볕더위로 올라가면서 원전 가동을 일시 축소했다. 가뜩이나 온도가 높아진 강물이 원자로 냉각 과정에서 더 따뜻해지면서 야생 보호 규정에 따라 방류를 하지 못하게 돼서다.

    이러한 국제정세를 두고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난방용 대체로 등-경유 수요가 다시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2년 초반과 같이 천연가스 강세로 인한 등-경유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출현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도 OPEC+의 감산 가능성에 상승선을 그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주간 평균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Brent)는 각각 92.84 달러와 99.31 달러를 나타냈으며 전주 대비 3.78 달러-4.43 달러 상승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Dubai)는 97.49 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4.61 달러 오르며 마찬가지로 오름세를 보였다. 

    당분간 유가가 쉽게 하락세로 전환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원유 시장은 천연가스에 비해 수급환경이 양호해 보이지만 공급불안 리스크는 여전하고, 이란 핵협정 타결 이후 OPEC+의 감산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국제유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가스에서 원유로의 대체 수요가 유입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원유 수요발 쇼크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