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조사절차 정비' 먼저 손볼 듯 '브로드컴'은 시작?…동의의결 활성화 전망 플랫폼 자율규제해도…野와 '온플법' 충돌 예상
  • ▲ 한기정 공정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 한기정 공정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새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이 넘는 동안 공정거래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지만 여야가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공정위원장 임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에 대한 야당의 반발 때문이다. 

    야당은 청문회 시작전부터 한 후보자가 위장전입과 자녀의 불법유학, 이해관계 충돌 논란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였지만 이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청문회 파행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여야는 청문회 질의만 마치고 청문보고서 채택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결론내지 못하면서 4개월째 수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공정위의 속도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앞서 전임이던 조성욱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임기만료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후보자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손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규제개혁과 조사절차 투명성 제고다. 

    공정위는 이미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하고, 대기업에 대한 제재를 축소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밝힌 것처럼 대기업집단 계열에 중소벤처기업의 편입을 유예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공시제도를 보완하거나 정비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저승사자'라고 불리우는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해선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등 기업 방어권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달 1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조사시작 시 피조사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하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자도 '공정한 법집행'을 통해 공정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동의의결 절차도 적극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의의결이란 공정위의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회복, 피해 구제 등의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를 심사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의혹을 받는 미국 반도체기업인 브로드컴은 최근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해 피해 구제방안을 제출하는 대신 법적인 처분을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동의의결 절차가 법을 위반한 기업에 면죄부를 준다고 비판하지만,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가 더 실익이 있다는 판단 하에 징벌적 제재보단 동의의결 절차를 더욱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과 관련해선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야당과 계속해서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에 입점한 입점업체를 상대로 검색 알고리즘, 수수료 등으로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새정부가 출범하며 온플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현재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규제를 하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지만, 야당과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온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22개의 민생입법 과제를 선정했으며 이 중 하나가 온플법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온플법 제정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