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3연속 0.75%p 인상… 연말 환율 1450원 가나政,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 "시나리오별 대응책 체계화""시장 안정조치 적기 시행… 내년 이후 흐름 염두에 둘 것"추경호 "대외건전성지표 양호…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 없어"외화보유고 국제기준 미달 지적도…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
  • ▲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연합뉴스
    ▲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8일만에 다시 재정·금융·통화당국 수장이 모여 금융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단기간내 변동성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외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 "물가 잡을때까지 금리 인상"

    연준은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0.75%bp(0.75%p, 1bp=0.01%p) 올린다고 밝혔다.이례적으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1981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잡으려고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 연준은 올해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했다. 앞선 6월(5.2%)보다 0.2%p 올려잡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월이후 14년8개월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는 3.00~3.25%로 인상돼 한미간 금리는 한달만에 재역전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향후 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파월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11선을 넘어서는 등 2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오른 달러당 139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선 올 연말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연준은 아울러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기존 1.7%보다 1.5%p나 내렸다. 실업률 전망은 6월 3.7%에서 3.8%로 0.1%p 올렸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상황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연합뉴스
    ▲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연합뉴스
    ◇추경호 "위기징후 실시간 모니터링"

    우리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경제팀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한 뒤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 적극 관리하겠다"며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흐름, 수출·입 업체의 외화자금 수급 애로 해소 등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들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미국, 유럽의 고강도 긴축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앞으로 주요국 동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을 진단하겠다"면서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 염두에 두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추 부총리는 연준의 긴축 경로가 애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성장 전망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고 우려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과거 금융위기 등 경험을 밑천 삼아 경제팀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이미 체계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속, 신흥국 위기 가능성 고조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면서 위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핵심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과거 경제위기 때 정책 대응 경험을 토대로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신속히 가동할 수 있게 체계화했다. 필요시 분야별·단계별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역설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우리의 대외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상황이라며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달 이후 내림세를 보이면서 30~32bp의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보유외환도 4300억 달러쯤으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우리 외환보유고가 생각만큼 건실하지 않다고 우려한다. 한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보유외환은 4386억1000만 달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53억 달러 줄었다.

    보유외환이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주식자금 잔액의 15%, 연간 상품수출의 5%, 시중통화량의 5%를 합한 규모의 100~150%를 적정 외화보유액으로 평가한다. 이를 따르면 우리나라는 6810억 달러쯤이 적정 외환보유고가 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외화보유액은 기준의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적정 보유외환은 3개월 경상지급액과 유동외채 등을 포함해 9300억 달러"라며 "외환보유고를 2배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외환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업무"라며 "한국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모건스탠리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고,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 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우리 외환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났을 때 분명히 한 건 양국 간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며 필요한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를 활용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통화스와프가 미 재무부가 아닌 연준의 업무영역이라는 점 때문에 "상대방이 있고 미국도 중앙은행, 정부와의 역할 분담이 있다"며 체결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