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에 입주시기도 지연…당첨포기 속출일반분양 전환시 미분양 우려…건설업계 부담↑
  • ▲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 교산 지구 일대.ⓒ연합뉴스
    ▲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 교산 지구 일대.ⓒ연합뉴스
    부동산 거래절벽의 불똥이 사전청약으로 튀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부담과 집값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첨자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사전청약 비중이 높은 3기 신도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전청약 취소 물량의 경우 일반공급으로 전환되는데 최근 부동산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자칫 미분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한파가 장기화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검단AA21블록' 본청약을 실시한 결과 사전청약 당첨자 811가구중 40%에 불과한 491가구만 접수했다. 작년 10월의 사전청약 평균경쟁률이 10.1대1로 비교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신청률이다.

    이밖에 본청약을 실시한 '파주운정A23블록'에서는 당첨자 835가구중 50가구, '양주회천A24블록'에서는 612가구중 145가구가 포기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전 아파트를 조기 공급하는 제도로 당첨후 본청약때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 100% 입주를 보장하는데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마련 기회를 앞당기고 수도권청약 대기수요를 해소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됐던 과천주암이나 하남교산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주변시세의 60~8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초반 흥행에 성공한 듯 보였다. 

    실제로 현재까지 약 4만가구의 사전청약 당첨자가 나왔는데 인기가 절정이던 작년 7월 1차 공공사전청약 최고경쟁률은 381대1에 달했다.

    하지만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부담이 가중되고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집값마저 하락하자 사전청약 당첨의 메리트가 줄어든 것이다. 

    예컨대 작년 3기신도시 인천계양 전용 59㎡의 사전청약 분양가는 3억5000만~3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비교 단지로 지목된 박촌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59㎡의 매매가격은 5억원 선이었는데 최근 3억 후반대까지 하락했다.

    인천 계양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사전청약 당첨후 본청약까지의 몇 개월간 시장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진데다 유일한 장점인 분양가마저 주변 단지와 비슷해져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사전청약의 경우 일반청약보다 재당첨 기준 등이 덜 한것도 당첨 포기를 결심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거래절벽→집값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3기 신도시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아파트값은 19주째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10월 첫째주 낙폭은 -0.20%로 9년10개월만에 가장 컸다.

    특히 사전청약 당첨가구의 입주가 예정보다 1~2년 더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3기신도시 위기론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최초 입주 예정일은 ▲인천 계양 2026년 상반기 ▲남양주왕숙2 2026년 하반기 ▲하남교산·남양주왕숙 2027년 상반기 ▲부천대장·고양창릉 2027년 하반기로 계획보다 1~2년가량 뒤로 밀렸다.

    또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전청약지구중 본청약이 이뤄진 8필지 모두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3기신도시 입주계획도 사전청약공고보다 1~2년 밀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활황기라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입주시기도 늦고 분양가도 그렇게 저렴하지 않은 사전청약을 안고 갈 이유가 없다"며 "당첨 포기로 인해 일반분양으로 전환된 물량이 미분양, 미계약으로 이어지면 건설업계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