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석달만에 0.5%p 인상…10년만에 기준금리 3%거래절벽 심화…매매·전세 동반침체, 월세전환 가속화대출이자 부담 금리고점 인식전까지 매수 회복 난망
  • ▲ 서울 부동산. 220610. ⓒ강민석 기자
    ▲ 서울 부동산. 220610. ⓒ강민석 기자
    한국은행이 석달만에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을 단행하며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도래했다. 가뜩이나 냉각된 부동산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p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만에 처음이고 4·5·7·8월에 이은 5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지표가 있지만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 우려속에 매수심리가 약화하며 부동산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된지 오래됐고 집값하락 본격화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KB부동산 주간주택시장 동향자료를 보면 10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9.9로 내려앉았다. 전주 20.4보다 0.5p 하락했고 한달전과 비교하면 5p 급감했다. 2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9월 첫째주 18.7 이후 9년만이다. 매수우위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낮으면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 5월(첫째주 기준) 61.2이었던 매수우위지수는 5개월만에 41.3p나 떨어졌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108로 기준점인 100을 넘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았고 2년전인 2020년 7월 첫째주에는 154.5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서울 아파트값의 낙폭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10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아파트값은 0.21% 떨어졌다. 이는 2012년 12월3일(-0.21%) 이후 9년10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서울아파트값은 5월 마지막주 0.01% 내린 이후 1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서울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총 96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268건의 25.9%에 그쳤고 2006년 실거래가 조사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주택거래량의 둔화와 가격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들어 8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73만7317건보다 47.4% 줄었다. 전국 아파트값은 22주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완화 조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 안에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연말까지 몰리면서 시장의 급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가 금리 인상으로 전세 시장 역시 동반 침체가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 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팔라진 것도 전세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 역시 가속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갭투자자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세를 낀 상태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간신히 아파트 매수에 성공했는데, 이자 부담은 급등하고 전셋값은 떨어지니 대출이자 부담과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경제 불안 등 거시경제 상황이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금리마저 빠르게 오르면서 공포심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금리도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내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경우 올해 말 한은의 금리 상단은 3.5%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 경우 연내 개인이 체감하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8%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 속에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집값 하락 폭이 커지고 하락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더 이상 없고, 주택 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진 현재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매수우위지수는 2011년 5월부터 3주간을 제외하고는 2년 4개월간 20선을 밑돌았다. 최저치는 2012년 12월 6.8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가 하락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여서 이번 빅스텝으로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리 인상은 분양시장에도 약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미분양사업장과 가구 수가 늘어나 부동산 침체 장기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양보증사업장 중 미분양사업장(가구 수)은 2018년 12개소(190가구)에서 △2019년 66개소(1146가구) △2020년 147개소(3328가구) △2021년 231개소(1만7725가구) △2022년 9월 말 168개소(2만9390가구)로 5년새 155배 급증(가구 수 기준)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청약시장이 청약 미달에 이어 미분양·미계약 물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은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은 물론, 서울·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