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로 '로또' 무순위청약마저 미달 숙출입주자금 마련 못해 아파트 입주율 하락 지속건설사 고급화 경쟁 제동…브랜드보다 가성비
  • ▲ 서울의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의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의 여파로 분양, 청약 시장이 얼어붙었다. 내집 마련 또는 투자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등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특히 분양만 하면 완판됐던 서울에서 '줍줍(무순위청약)'마저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고급화 경쟁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내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서 청약 미달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로또'로 불리며 청약이 몰렸던 무순위청약의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건설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진행된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의 무순위청약에서는 115가구 모집에 61명만 신청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용 49㎡, 59㎡A형, 59㎡B형 등 모두 모집 가구보다 신청자가 적었다. 

    이달 초 무순위청약에 나선 '한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1단지'는 370가구 모집에 89명만 접수했다. 미분양 물량은 모두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형이었다.

    '인덕원자이SK뷰'는 508가구를 모집한 무순위청약에서 단 6명만 신청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 아파트는 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을 타고 5.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지만 508가구가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아 무순위청약으로 나왔다. 

    인근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초기부터 전용 59㎡의 분양가 7억7800만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적잖았다"며 "최근 집값 하락으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추진도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미계약과 청약 미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분양한 '한화 포레나 미아'는 첫 청약에서 1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계약이 잇따르면서 현재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아파트 입주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청약미달, 미계약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2.6%로 전월대비 4.2%포인트(p) 하락했다.

    아파트 입주율은 올해 5월 82.4%에서 6월 82.3%, 7월 79.6%, 8월 76.8% 등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이 36.4%로 가장 많았고 세입자 미확보(34.1%), 잔금대출 미확보(25.0%)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 자본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현승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으로 향후 입주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규제 완화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지원이 강화돼야 입주율 저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브랜드 파워의 '약발'이 듣지 않게 되면서 건설사들의 고급화 경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수주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화설계와 고급커뮤니티시설, 차별화된 외관디자인과 조경시설 등을 갖춘 프리미엄 아파트 분양에 나서왔다. 최근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이 잇따른 것도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이런 상황에서 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까지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주택시장에서 고급화가 주요 트렌드였다면 향후에는 열악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너무 비싸지 않은 분양가의 '가성비'가 아파트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겠나"라며 "단순히 건설사 브랜드보다는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엇갈리는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