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2021년 12월30일 첫삽…2025년 1월 입주예정교육환경영향평가 '발목'…착공·입주 무기한 연기예비입주자 418가구 전·월세 오가며 '메뚜기 신세' 본청약 '작년 9월→11월→2023년?'…LH, 2차통보만 LH "학교증축 협의"VS성남교육지원청 "배치불가 회신"
  • ▲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A2-7 신혼희망타운 부지. ⓒ박정환 기자
    ▲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A2-7 신혼희망타운 부지. ⓒ박정환 기자
    "입주는 기약없고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신혼희망타운이요? 우리에게는 절망입니다."
    "자기방은 언제 생기냐며 우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찢어져요. 지키지도 못할 사전청약은 왜 받아서 희망고문을 시키나요."

    경기 성남시 위례택지개발사업지구내 A2-7블록 신혼희망타운(신희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예상치 못한 학교배정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사전청약에 당첨된 예비입주자 418가구는 내집마련 기쁨도 잠시 전·월세를 오가는 '메뚜기 신세'가 됐다.   

    착공예정시점이 1년가량 늦춰지면서 미리 짜놨던 자금조달계획은 물론 결혼일정·임신계획·자녀교육 등 중장기 인생플랜이 모두 어긋났다.

    지난 2021년 7월 사전청약을 실시한 위례A2-7블록은 총 1309가구로 650가구는 군관사, 418가구는 신혼부부, 241가구는 행복주택으로 공급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1년 12월30일 착공해 2025년 1월 입주예정이었다. 
  • ▲ 위례A2-7 입주예정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촬영
    ▲ 위례A2-7 입주예정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촬영
    하지만 단지옆 위례고운초교 배정에 대한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해에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위례A2-7블록 입주민자녀를 위례고운초교로 배정할시 과밀학급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흡한 사전조사, 성남교육지원청의 소극적 대응 등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결과다. 

    지난 11일 오후 위례A2-7블록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난 입주예정자 6인은 사전청약 당첨후 한숨과 주름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위례A2-7블록 입주예정자들은 피해자협의체를 구성,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대책마련 및 자료를 수집중이다. 현재 이 단톡방에는 약 300여명의 입주예정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15세·8세 두 자녀를 둔 김모(39)씨는 2021년 7월 사전청약 당시 '만6세이하 자녀를 둔 혼인가구' 요건을 충족해 당첨된 사례다. 

    김씨는 "성남에서만 15년을 살아왔다. 당시 과천S-8과 위례A2-7중 고민을 하다 후자를 선택한 것이 패착이 될 줄 몰랐다"면서 "새아파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러다가 첫째 군입대가 입주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읍소했다. 

    지난해 전세계약이 만료된 김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지 고심 끝에 목돈을 보증금으로 묶어 놓기 보다 은행이자를 받자는 심정으로 월세집으로 옮겼지만 다달이 지불하는 임대료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김씨는 "2025년 1월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약이 없어지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입주일까지 월세 압박에 시달리다 한순간 벼락거지가 되는 건 아닌 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우려했다. 

    두 아이 아빠인 구모(39)씨도 입주에 맞춰 세웠던 인생설계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구씨는 "2018년 결혼하면서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신희타를 선택하게 됐다"며 "당시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가 아니라서 여러 선택지가 있었는데 아이들 교육만 보고 신희타 청약을 결심했고 당첨후에는 그에 맞춰 자금계획과 이사계획 등을 짜놨는데 이게 깨져버리니 혼란스럽다"고 했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위례A2-7 본청약은 2022년 9월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그해 11월로 미룬다는 LH 1차공문이 발송됐다. 이후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지연돼 2023년쯤에나 가능하다는 2차공문이 내려왔다. 

    구씨는 "입주가 늦어지더라도 정확한 시기가 확정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통보하듯 공문만 툭툭 날라오니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 ▲ 신혼희망타운 본청약 연기를 알리는 1차(왼쪽)·2차 공문. ⓒ입주예정자 제공
    ▲ 신혼희망타운 본청약 연기를 알리는 1차(왼쪽)·2차 공문. ⓒ입주예정자 제공
    2019년 결혼한 황모(34)씨도 입주지연으로 신혼의 단꿈이 깨져버렸다. 황씨는 "위례A2-7은 다른 선택지보다 주변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돼 있고 입주도 가장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였다"며 "그래서 다른지역을 포기하고 위례에 사전청약을 넣었고 입주시기에 맞춰 적금을 들고 출산계획까지 세웠지만 이제 다 소용이 없게 돼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모(35·여)씨는 입주지연으로 주거계획이 틀어지면서 전세난민이 된 케이스다. 이번에 전세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오는 3월까지 방을 비우고 이사를 가야 하는데 입주날짜가 정해지지 않으니 어느 동네에서 보증금 얼마짜리 전셋집을 구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그는 "요즘 '빌라왕' 사건 같은 전세사기가 워낙 많아 이사를 다니는 것도 두렵다"며 "겨우겨우 계약금을 납부해 사전청약에 당첨됐더니 이제는 입주가 미뤄지면서 분양가까지 더 오를 것 같고 당장 이사비도 마련해야 하니 막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입주예정자인 김모(38)씨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현상황이 입주예정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주변에서 '대체 언제 입주해?' '이사 언제가'라고 말하는 게 요즘 제일 듣기 싫다"며 "원래 입주는 2025년 1월이지만 현시점에서는 2026년이 될지, 2027년이 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타운 도입 취지는 신혼부부의 초기 주거비부담을 줄여 안심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식이면 누가 가족계획을 세우겠나"라며 "그나마도 있던 출산계획마저 포기하게 될 지경인데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신희타 입주로 학급과밀이 예상될 경우 증축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교실을 늘리거나 넓혀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존 학부모들 반대에 막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사로 인해 아이들 안전이 위협 받고 학습권도 침해를 받는다는 것이 반대측 학부모들의 논리다. 

    김씨는 "학교 같은 교육시설은 엄연한 공공재인데 기존 학부모들이 자신들만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타당한 이유없이 무조건 우리학교에 배정하지 말아달라며 민원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큰 사전청약 특성상 입주지연에 따른 보상금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청약 경우 사업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어 이의제기를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입주가 지연돼도 보상금 지급은 불가하다는 게 LH 입장이다. 

    단톡방 방장을 맡고 있는 정모(40)씨는 "위례A2-7 신희타는 계획에 없던 부지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위례신도시 설계과정부터 계획됐던 사업인데 왜 사전청약이 모두 끝난 이제 와서 관할기관끼리 엇박자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사업에 연관된 각기관이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에 모든 피해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힐난했다. 
  • ▲ 위례A2-7 학생들의 배정이 논의중인 위례고운초등학교. ⓒ박정환 기자
    ▲ 위례A2-7 학생들의 배정이 논의중인 위례고운초등학교. ⓒ박정환 기자
    성남시교육지원청은 LH측에 학생 수용인원 초과로 배치불가 회신을 보냈지만 LH가 사전청약을 강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LH는 교육지원청과 학교증축을 협의한후 사전청약공고를 냈지만 주민반대로 사업이 중단됐다는 주장이다. 

    LH 관계자는 "인근학교 신축 등 대안으로 교육당국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검토중이지만 기존 학부모들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며 "민원사항 조율과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가 신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