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 ICD 보유 쌍용건설 지분 90% 매입…1500억 유상증자신용등급 상향·시평순위 향상…재무건전성 토대 수주경쟁력 도모세아STX엔테크와 플랜트사업 시너지효과…해외생산공장 수주기대지나친 색지우기에 '점령군' 회자…"건설은 사람, 업종이해력 부족"
  • ▲ 서울 송파구 소재 쌍용건설. ⓒ쌍용건설
    ▲ 서울 송파구 소재 쌍용건설. ⓒ쌍용건설
    새주인을 맞이한 쌍용건설이 '건설명가'로 재건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용건설을 인수한 글로벌세아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지만 업종 이해력이 부족한 만큼 쉽지만 않아 보인다. '해외영업통' 김석준 회장을 경영 2선으로 물러내고 '유통·M&A 전문가'인 신임대표를 앉히면서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지만 않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달 두바이투자청(ICD)으로부터 쌍용건설 지분 90%를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나머지 10%는 여전히 ICD가 갖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거쳤고 현재 인수잔금도 모두 치렀다. 이어 오는 17일 쌍용건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실제 쌍용건설 재무건전성은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1672억원이고 부채비율은 492%에 달한다. 현금성자산도 차입 규모를 밑돈다. 쌍용건설 PF차입금 우발채무 규모는 670억원 가량이다.

    유증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기존의 절반가량인 200%대로 낮아지고 차입금 및 PF우발채무에 대한 대응력도 갖출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 상향 및 시공능력평가순위 향상이 기대되며 개선된 재무건전성을 토대로 SOC와 인프라 발주, 도시정비사업 등 다양한 분야서 수주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세아 측은 "쌍용건설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면 금융비용을 아끼고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시평순위를 높이면서 국내 입찰현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쌍용건설 시평순위는 33위로 전년 30위보다 3계단 내려앉으면서 3년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공실적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높은 부채비율에 따른 경영평가점수가 발목을 잡았다. 한때 업계 7위까지 올랐던 쌍용건설은 201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0위권에 랭크됐었다.

    글로벌세아와의 시너지도 낙관적이다. 글로벌세아는 세아상역을 포함해 △골판지포장전문기업 '태림페이퍼·태림포장' △EPC전문기업 '세아STX엔테크' △수소에너지전문기업 '발맥스기술' 등 10여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아STX엔테크와의 플랜트사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난해 쌍용건설 플랜트부문 매출은 400억원으로 전체매출 1조4000억원의 3%에 불과했다. 반면 세아STX엔테크는 플랜트부문에서 연간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두 회사를 묶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플랜트 수주경쟁력을 높이고 관련 사업비중을 쌍용건설 전체 매출 10% 안팎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 ▲ 김기명 쌍용건설 신임 대표이사. ⓒ쌍용건설
    ▲ 김기명 쌍용건설 신임 대표이사. ⓒ쌍용건설
    신규 해외시장 진출도 예상된다. 쌍용건설은 주로 싱가포르·두바이·인도네시아 등 중동국가에서 입찰우위를 다져온 반면 글로벌세아는 과테말라·코스타리카 등 중남미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외 해외 생산공장을 발주할 경우 쌍용건설에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다. 쌍용건설은 주택시장이 뜨겁던 2021년 단 2건만 분양했을 정도로 해당사업이 위축돼 있다. 지난해에는 리모델링단지를 포함해 4곳을 분양했다. 경쟁사들이 매출의 절반이상을 국내 주택사업에서 거두는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상황이다. 

    리모델링분야 지배력 회복도 과제다. 쌍용건설은 2007년 국내 리모델링 1호 아파트 '방배궁전 예가 클래식'을 시작으로 ▲당산 예가 클래식 ▲도곡동신 예가 클래식 ▲밤섬 예가 클래식 등 총 12개동 약 1000가구에 달하는 리모델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앞다퉈 리모델링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한 번 잊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며 "쌍용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주택시장부터 챙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조직안정화와 통합이다. 글로벌세아는 지난 2일 쌍용건설 인사를 단행했다. 새 대표이사에 김기명 현 글로벌세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김인수 전 현대건설 GBC사업단장을 신임사장으로 앉혔다. 4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김석준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앞서 글로벌세아는 지난해 쌍용건설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 전날 열린 월간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쌍용건설 임원 29명중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담당임원 등 14명만 남겨두고 모두 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떠나게 된 임원은 인사·기획·법무·홍보 등 스태프부서 출신들로 퇴직금외 별도 위로금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색깔을 아예 지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와 사업조정 등은 기업간 M&A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업종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실제 김기명 신임대표는 패션브랜드 인디에프 대표이사, 월마트 한국지사장, 세아상역 미국 총괄법인장 등을 역임했고 글로벌세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STX중공업, 태림포장 등 여러 M&A를 성사시켰다. 패션과 M&A 전문가임을 알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업종보다 높은 건설업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로 글로벌세아의 '점령군'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건설경기가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타이밍도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