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특례사업 난맥상③] "미흡한 일몰제 대비...성급한 사업이 문제"'민관유착'에 취약한 사업 구조...철저한 검증 뒤따라야공공 이익 무시되면서 특정 업자들만 특혜
  • 분양 현수막과 건설현장. ⓒ뉴데일리DB
    ▲ 분양 현수막과 건설현장. ⓒ뉴데일리DB
    [편집자주] 본보는 지난 14년 동안 역대 정부들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온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간 유착 의혹을 비롯해 토지보상과 난개발을 둘러싼 갈등,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패 등으로 혈세를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가운데 특례사업의 이면에 가려진 '허와 실'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무엇보다 사업이 실패한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특례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도시공원 개발 사업이 20년 간 진척을 보이지 못할 경우 공원 용지 지정이 해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난 2000년에 도입돼 2020년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공원 용지 지정 해제가 코앞에 닥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부랴부랴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에 뛰어 들었고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졌다.

    일부 지자체들은 민간 사업자들에게 상식 밖의 혜택을 줘 유착 의혹에 내몰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송전과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첫삽도 떠보지 못한 채 아예 사업을 중단했다.

    이처럼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동안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토지주들과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이 최우선시돼야 할 특례사업이 시작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서 결국 공공의 이익은 무시되고 특정 민간 업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시민 이익 극대화를 꾀해야 할 지자체들은 특정 업자들이 본인들의 배만 채우고 있는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특혜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미흡한 일몰제 대비...성급한 사업 추진이 문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도시공원 용지를 사들인 뒤 30% 이내의 땅에는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고 나머지는 시민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사업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사업 추진이 거론된 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본격 도입됐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공원 용지 매입을 미뤄왔고 10년 넘게 사업은 표류했다. 각계에서 일몰제로 공원 용지 지정이 해제되면 난개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일자 지자체들은 사업권을 민간에 넘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몰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9년까지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부지면적 대비 공원 조성률은 55%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이 일몰제 시행 직전에서야 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사업자 선정부터 사업 진행 과정까지 잡음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에게 20년이란 시간을 충분히 줬지만 대부분이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성급히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사업이 잘 될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자체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술한 사업 구조...예견된 '민관유착' 논란

    지자체가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을 맡기면서 '민관유착'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사업 구조 자체가 너무 허술해 민관유착 논란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할 만한 규모를 갖추지 못한 영세 업자들까지 사업권을 따내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전남 광주 중앙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광주판 대장동'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민간 시행사가 공모지침을 위반했는데도 광주시가 이를 묵인한 결과 자본금 5천만 원짜리 회사가 2조 원 규모의 대형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며 "사업 초기 구성원과 지분율을 유지한다는 원칙은 깨지고 최대주주인 우빈산업이란 곳은 부채 비율이 무려 -472.9%로 자본 잠식 상태임에도 사업권을 따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무리하게 아파트를 짓다 보니 대부분 특례사업 지역이 도심 중심부와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는 아파트를 짓고 공원으로 기부채납하는 곳은 시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구석 쪽에 배치하고 있다"며 "공원이 조성되더라도 질이 떨어지고 이용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본래 취지인 공공성이 최우선시돼야 하는데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시민 이익은 온데간데 없고 특정 업체들만을 위한 특혜 사업으로 보인다"며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이 부정을 감시하고 사업을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전혀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시계획사업 본질은 공공 이익 확보"...공공성 결여된 사업은 특혜

    전문가들은 공공의 이익이 결여된 공공사업은 특정 세력에 대한 특혜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난해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학술지에 발표한 '공원특례사업에서 시행자 지정 처분의 법적 효과'란 논문을 통해 "특례사업은 법적 관점에서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민간에 의해 시행되지만 도시계획사업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공공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도시공원은 본질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이기 때문에 공법적 성격이 강하고 지자체는 민간 사업자에게 우선협상대상자의 조건과 협약 등을 매개로 반드시 사업의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공공성이 결여된 공공사업은 결국 특정 업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라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대장동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정부 공공 기관이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민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